예상밖 얼굴에 어리둥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예상대로 유임되고 예상밖으로 기용된」제6공화국 새 내각 발표에 19일 아침 정부 각 부처 직원들은 일손을 놓고 술렁거렸다.
특히 의외의 인물이 장관으로 내정된 부처의 공무원들은 새 장관의 성격과 업무스타일등을 알아보느라 부산한 움직임이였으며 조각배경과 새 내각의 성격 등을 놓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총리실은 이연택 조정관의 행정수석등용이 9년동안 1급으로만 있었던 이조정관에게는 당연한 귀결이라 임을 모으면서도 이규성 행조실장의 탈락에 대해서는 다소 의외라는 표정.
한편 총리실은 윤석순 비서실장이 13대의원출마를 위해 멀지않아 자리를 뜰 예정이어서 승진과 자리바꿈 등 내부인사에 한껏 부푼 모습.
김정렬 총리는 18일하오 조각명단을 당으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처는 현 장관의 퇴임은 거의 기정사실로 믿고 있었으나 총무처출신인 김창식 평통 사무총장이 오지 않고 「외부」인사가 발탁되자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
그러나 대통령취임식을 앞둔 입장이어서인지 별다른 동요없이 장장관이 직접 이날 아침에도 취임식 행사준비를 위한 회의를 주재.
한편에선 김장관 내정자가 육사17기로 안기부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내부적으로나 새정부 출범에 따른 행정개혁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
○…문공부는 정부수립 후 처음으로 문화계인사가 장관으로 기용되자 그동안 언론계출신의 단골자리처럼 되어와 공보쪽에 중점이 주어졌던 부처업무가 문화계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
특히 문화계 인사를 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문화부 신설에 따른 「사전 고려」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새 정부의 언론자율화시책의지를 조각에서 표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
○…문교부 직원들은 그동안 장관물망에 오르던 「거물급」인사대신 김영식 교육개발원장이 기용되자 『교육계 사정을 잘 알고 실무경험이 많은 분이 문교행정을 맡게돼 다행스럽다』는 반응들.
문교부 주변에서는 신임 김장관이 서장관의 대학(서울대사대) 제자인데다 대학원(미국 피바디대) 동문이면서 교육개혁 심의회에서 3년동안 호흡을 같이해 전임장관의 자율화정책 등을 대부분 이어받지 않겠느냐는 전망.
특히 신임 김장관이 과거 교육정책실장으로 학원사태를 다뤘던 경험을 살려 새 학기의 학원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할 것을 기대하기도.
○…보사부는 신임 권이혁 장관 내정자가 보건의료전문가인데다 행정경험도 풍부해 보사 행정책임자로는 적격이라는게 대부분의 직원들의 반응.
한 간부직원은 『복지분야책임자는 모든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맡는게 좋은데 권장관 내정자가 잘 맞는 편』이라고도.
○…국방부 주변에서는 정호용 현 장관의 존재가 노 차기대통령에게 「힘」을 주는 일면과 「부담」을 주는 일면 등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그의 거취를 쉽사리 점치지 못하다 정장관이 17일 노 차기대통령과 예정보다 1시간이 넘는 단독면담을 하고 난뒤 홀가분한 표정을 짓는 등의 모습을 보고 퇴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었다.
○…교통부관리들은 이범준씨의 장관기용이 전혀 의외라는 표정. 그러나 이장관이 과거 1년간 해운항만청장을 역임, 교통행정을 다루었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혀 낯선 인물이 불쑥 기용되느니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반응.
○…노동부간부들은 최명헌 장관의 기용에 『예상 못했던 뜻밖의 인물』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최장관이 구로공단 등을 포괄하는 한국수출산업공단이사장을 14년간 지내며 노사문제를 경험한 점이 고려된 것 같다』는 해석들.
○…재무부는 이전부터 사공장관의 유임이 확실시돼온만큼 관료들의 업무자세에도 별로 흩어짐이 없었는데 새 각료명단이 발표된 19일 오전에도 관세심의위원회를 소집, 덤핑문제로 제소된 YKK지퍼문제를 다룰 정도. 사공장관도 민속의 날인 18일 한은 총재 등과 골프를 치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농림수산부는 57년부터 농수산부에 몸담았던 윤동환 농협회장의 영전소식에 환영일색. 특히 신임 윤장관이 농협에서 농민의 실정을 몸에 익힌만큼 쇠고기수입문제 등의 해결에 기대를 걸고있다.
○…나장관을 부총리로 영전시킨 상공부는 축하분위기 속에서도 업계인사를 처음으로 장관으로 맞게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들. 특히 통상문제가 주요현안이 되고 있는만큼 업계에서도 기초공업분야에만 몸담아온 안병화 사장의 기용에 일말의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