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4년 연속 북한의 인권유린 성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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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4년 연속 북한의 인권상황을 정식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한 뒤 규탄과 함께 북한 당국의 개선을 촉구했다.

중국 러시아 반대불구 정식안건 #"평화 안보와 인권에 구분없다" #북한은 성명내고 "인권문제 없다"

이날 회의는 미국과 일본, 영국ㆍ프랑스ㆍ스웨덴ㆍ이탈리아ㆍ세네갈ㆍ우크라이나ㆍ우루과이 등의 요구로 소집됐다. 북한 인권상황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표결까지 이어졌다.

유엔 안보리 회의 모습. [중앙포토]

유엔 안보리 회의 모습. [중앙포토]

결국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10개국이 찬성해 채택됐다. 중국ㆍ러시아ㆍ볼리비아 등 3개국이 반대하고 이집트와 에티오피아가 기권했지만, 절차투표에서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고 9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채택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개별국가의 인권문제를 안보리에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면서 논의 자체를 반대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 유린 실태는 물론 정치범 수용소, 해외 파견 노동자, 탈북자 강제북송, 이산가족,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을 비롯한 북한 당국에 의한 억류자 문제 등이 두루 지적됐다. 특히 국제사회의 촉구에도 북한의 인권침해가 개선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 정권에 의한 조직적인 인권침해는 김정은이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면서 “핵무기를 향한 위협적 행보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압제와 착취에서 시작된다”고 비판했다.

한반도 문제 당사국 대사 자격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조태열 주유엔 한국대사 또한 북한 인권문제를 핵ㆍ미사일 위협의 위험성과 연결시켜 강조했다. 조 대사는 “북한 핵 문제와 인권문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관계”라면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 악화를 야기하는 근본원인에 대응하지 않고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이를 위한 금융거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대북제재 영향을 평가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일리 미국 대사는 이에 대해 “우리는 평화ㆍ안보와 인권에 구분이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그렇지 않다. 자국민을 돌보지 않는 국가는 결국 분쟁으로 이어진다”면서 “인권에 대한 논의가 ‘평화ㆍ안보’를 위한 예방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에 오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정치적, 군사적 대결에서 패배한 적대세력들의 절망적 행동”이라면서 “인권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북측은 또 “미국이나 적대세력이 안보리에서 인권논의를 통해 공화국을 공갈할 생각이라면 결코 실현될 수 없는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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