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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입각 배제 '혁신 관리'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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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부 발탁은 영화 '서편제'의 주인공이자 연출가 출신인 김명곤 전 국립중앙극장장의 문화관광부 장관 기용뿐이다. 참여정부 초대 이창동 장관의 기용에 이어 문화 현장의 인사를 장관으로 발탁한 데 대해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이 또한 전문성을 대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곤씨의 발탁은 최근 스크린 쿼터를 축소한 데 대한 영화계의 반발도 고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월 21일 참모들과 함께 영화 '왕의 남자'를 관람하며 "이야기를 엮어 가는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등 우리 영화계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용섭 행자부 장관 후보자는 국세청장 재직 시 혁신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청와대 혁신관리 수석으로 발탁됐던 경우다. 김명곤 문화부 장관 후보자도 국립중앙극장장으로 재직했던 지난해 행자부 주관의 평가에서 우수 기관으로 선정됐었다. 노준형 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정부업무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김성진 해양부 장관 후보자는 중소기업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맞춤형 정책'을 개발, 노 대통령이 공.사석에서 두고두고 칭찬했던 사례다. 김 인사수석은 "4명 모두 혁신 리더를 발탁한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정부혁신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라고 이들을 전진 배치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가에선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 혁신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냐"는 얘기들이 나왔다.

정치적인 고려도 있었다. 이번 개각은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장관들이 사퇴하는 경우다. 벌써 이재용 환경.오거돈 해양부 장관의 사전선거운동 문제로 야당의 공격이 거세다.

◆ 이강철 입각 무산된 듯=2004년 총선을 앞두고 있었던 2.10개각 등도 '선거용 개각'이었다. 총선 당시 차출된 장관은 다섯 명이었다. 그 가운데 김진표(수원 영통) 경제부총리, 한명숙(고양일산갑) 환경부 장관은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권기홍(경북 경산청도) 노동부 장관, 이영탁(경북 영주) 국무조정실장, 윤덕홍(대구 수성을) 교육부총리는 실패했다. 2승3패였다.

이번 개각에선 정치색을 배제하고 일할 사람을 후임 장관으로 앉혀 선거용이라는 역풍을 최소화하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완기 인사수석도 "정치적 인사로 오해받을 필요가 없다는 내부의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여당의 지도부가 새로이 구성돼 당력을 모아야 할 상황이라는 요인도 정치인 배제에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후보자로 물망에 올랐던 환경부 장관 인사는 미뤄졌다. "아직 적임자가 없다"는 설명인데 정치인 배제 논리가 적용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 전 수석의 입각은 물 건너간 듯하다. 그래서 한때 이재용 장관이 그 자리에 계속 있고 이 장관 대신 다른 사람이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나 후임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이 장관이 유임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여전히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 김상희 지속가능발전위원장 등이 후보군에 들어 있다.

김 수석은 또 "여당의 출마(광주시장) 요구를 받고 있는 조영택 국무조정실장의 경우 본인의 결심에 따라 거취가 다소 유동적"이라며 "본인이 결심할 경우 대통령 순방이 마무리되는 15일을 전후로 환경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한은 총재와 함께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개각이라는 따가운 지적 속에 그나마 두 차례 이상 나눠서 하는 모양새가 어색하다.

사의를 표명한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IT외교'의 필요 때문에 일단 6일부터의 노 대통령 아프리카 순방에는 동행할 예정이다.

최훈.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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