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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회담]“북핵 해결. '中 역할론'보다는 '공동 책임론'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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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대부분의 임기를 함께 하게 될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게는 풀어야 할 공통의 숙제가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다. 정부가 문 대통령의 방중을 사흘 앞둔 10일 독자 제재를 발표한 데는 중국도 압박을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에 동참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한 뒤에도 중국은 미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요청이나 해상 차단 강화 등 ‘최고의 압박’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과도한 기대를 걸기보다는 ‘공동의 책임과 노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정리는 가나다순)

문재인 대통령 방중 앞두고 전문가 10인의 조언②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달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달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의 과도한 기대도, (사드에 대한) 중국의 과도한 우려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 중국이 해줄 수 없는 것을 계속 이야기해봐야 중국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중국에게 북핵을 북·미 간 문제로만 규정하지 말고, 한·미·중이 협력해 공동으로 해법을 찾아보자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느끼는 안보 위협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우리 당국자들이 북핵 문제의 키를 중국이 쥐고 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키를 쥐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라고 보는 것이 맞는 접근이다. 중국을 향해서도 ‘모든 사태를 해결할 키를 쥐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쓰라’고 하기보다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하라’고 하는 것이 맞다. 문 대통령도 ‘한·중이 함께 압박을 더 가해야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고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북핵 문제에 대해 한·중 간 전략적 이해관계의 차이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의 협력 관계 발전은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해 저자세의 외교를 취해서는 안된다. 당당하게 중국과 미국의 시각에 몰입되지 않은 우리의 입장을 견지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경제 협력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우리의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연계하는 아이디어도 고려해볼 만 하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북핵 능력 고도화로 한반도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한·중 간에 오히려 북핵 문제에 대한 의견 차가 많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실질적인 정책 측면에서 수렴 현상이 강하다. 자연스럽게 서로 소통과 협력을 하자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소통과 협력의 채널을 구축하는 등 구체적 방법을 모색하는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서로 부정적인 결과를 전제할 필요가 없다. 중국몽(中國夢)을 이루기 위해서 중국은 북핵문제를 해소하는데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하고, 한국과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기술적 결함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데도 북한이 서둘러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은 제재의 영향도 있고,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이럴 때 북한의 평화 공세를 우리가 덥석 받거나, 중국이 북한 입장에 편승해 한국을 압박하는 구도가 된다면 좋지 않다. 그럴수록 한·미·중이 일치된 완강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

“북핵 문제에 있어 분명한  입장을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압박을 통한 대화이며,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이런 압박에 있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

“현재의 긴장 국면 전환을 위해 중국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 소지가 있는데, 한반도 상황을 바꾸는 데 있어 중국을 통해 할 수 있는 여지가 현재로선 별로 없다. 우리 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답을 정해 놓고 서둘기보다는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좋은 관계를 정립하되 원칙 있는 접근을 해야 하고, 두 정상이 개인적인 교분을 키우는 데 신경 쓸 필요도 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도와줄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이를 이용하고, 우리는 중국 요구대로 끌려다닐 우려가 있다. 화성-15형 발사 등으로 상황이 훨씬 엄중해졌다는 공동의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중국의 역할을 너무 부각하면 중국이 북핵 문제를 오히려 우리나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의 역할론보다는 공동의 책임론을 강조해야 한다. 북핵 문제에서 큰 돌파구를 기대하거나 첫 방중이라고 성과에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한·미·일 안보 협력도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북핵 위협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확인해야 한다.”

◇한인희 건국대 중국연구원장

“우리가 뭐라고 한다고 중국의 대북 스탠스가 달라지진 않는다. 중국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미국과의 관계이고, 따라서 한·미의 입장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평화적으로 북핵 문제를 풀더라도 지금은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기 위해 압박과 제재를 더 가해야 한다는 것이 한·미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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