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폼 소개|해외시장 탐색|「국제 화랑제」참여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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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화랑들이 세계미술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른바 아트 페어, 즉 국제 화랑제에 참가, 소속작가들의 세계 무대 진출을 탐색하며 다른 나라의 작가들에 대한 시장성도 살펴보기 시작한 것이다.
84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미술관에서 열린 피아크아트 페어에 진화랑(대표 유택환)이 처음 참가, 남관 유경채 이륭세 박서보 오세열 김기린 황주리 이우환 이종혁 화백의 작품을 선보였다.
85, 86년 피아크 아트페어에 가나화랑(대표 이호재)이 참가한 것을 비롯, 87년에는 시카고 아트페어에 현대화랑(대표 박명자)이, LA 아트 페어에는 현대화랑·진화랑·선화랑(대표 김창실)이, 스톡홀름 아트페어 및 뉴욕 인터내셔널 아트 엑스포에 후화랑(대표 박상일)이 잇달아 참가했다.
금년들어 국내화랑들의 국제아트페어 참가는 더욱 넓어져 스페인 마드리드의 아르코(2월·후화랑), 서독 함부르크 포럼(3월·가나화랑), 스위스 바젤아트페어(6월·후화랑)에도 진출한다.
이들 세계적인 화랑제는 참가를 희망하는 각국의 화랑들이 제출한 자료들을 토대로 심사, 참가여부를 결정하는데 참가비는 대체로 1만∼1만5천달러 정도. 화랑제가 열리는 기간동안참가화랑들 사이에 소속작가 교환전이 모색되기도 하며 이곳을 통해 작품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안영일 배륭 황주리 남관 오세열 백남준 송재관 곽훈 최종태 박권수씨 등의 작품은 아트 페어에서도 인기가 높아 작품판매가 이뤄졌는가 하면 정상화 심문섭씨 등은 유럽·미국의 화상들로부터 교환전 제의를 받기도 했다.
유택환씨는 화랑제 참여에 대해 『이제 국내화랑도세계 미술시장에서 인정받게된 것』이라고 말하고 『화랑제를 통해 국내작가를 세계에 알릴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도 알수 있어 크게 보탬이 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호재씨도 같은 의견. 그간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작가나 국내작가나 외국에서 전시회를 가질 경우 대부분 영세한 화랑에서, 그것도 나쁜 조건으로 전시하는 것이 일쑤였으나 화랑제를 통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화랑들의 화랑제 참여는 국내작가 소개에만 그치고 있어 세계작가들의 국내 소개는 미흡한 실정.
세계작가들의 작품 구입은 수입자유화 품목에 그림이 들어있지 않아 외환관리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외국화랑들이 제시해오는 소속작가 교환전도 실현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화랑이나 작가 모두 「전속」에 대한 개념이 정착돼 있지 않은 것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 박명자씨는 화랑의 특정작가 작품 보유가 숫적으로 볼때 미미한 형편이어서 화랑제를 통해 동시 다발적으로 전시회 개최 요청이 있을 경우 이에 대처하기 어려움을 실감했다고 말하고 앞으로 이에 대한화랑·작가 모두의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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