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사랑받은 라디오 DJ 6인, 목소리 분석해보니…공통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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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 양희은, 김창완, 최화정, 최유라, 황정민 등 이른바 '장수 DJ'로 손꼽히는 이들 6명의 목소리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충북도립대학 생체신호분석연구실 조동욱 교수는 이들 6인의 목소리 속 인기 비결을 분석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음성분석 전문가인 조 교수는 청각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라디오는 TV 등 다른 매체와 달리 연상작용이 가능하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한 프로그램을 오랜 시간 진행하는 것은 그만큼 청취자들을 매료시키는 음색을 가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배철수 '차분하고 부드러운 음색'

배철수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특징으로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제공=MBC]

배철수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특징으로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제공=MBC]

MBC FM4U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1990년 3월 19일 첫방송 이후 28년 넘게 진행하며 '국내 최장수 팝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이라는 기록을 세운 배철수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지닌 것으로 분석됐다. 퇴근시간대에 적합한 음색이라는 설명이다.

음 높이는 126.206Hz, 음 높이 편차는 143.909Hz, 발화속도(1분간 말하는 음절 수)는 307.504개로 측정됐다. 조 교수는 무성음의 비율이 40.443%인 것도 안정감을 주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양희은 '표준에 가까운 목소리'

양희은의 목소리는 음 높이와 편차, 발화 속도 등이 표준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포토]

양희은의 목소리는 음 높이와 편차, 발화 속도 등이 표준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포토]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는 양희은의 경우, 표준에 가까운 목소리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음 높이는 204.766Hz, 음 높이 편차는 253.10Hz, 발화 속도는 357.845개를 각각 기록했다. 무성음 비율도 24.802%로, 모두 표준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김창완 '부드럽고 편안하지만 늘어지지 않는 목소리'

김창완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편안하면서도 늘어지지 않는 특징을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포토]

김창완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편안하면서도 늘어지지 않는 특징을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포토]

SBS 파워FM에서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는 김창완도 오랜 시간 다양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로 사랑받아왔다. 김창완의 경우, 음 높이는 107.576Hz로 배철수 보다 낮았다. 음 높이 편차는 248.573Hz로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발화속도는 376.964로, 경쾌함이 특징인 최화정, 황정민 보다도 많아 지루하거나 늘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화정 '점심시간에 알맞은 생동감'

14년간 4500회 최장수 여성 DJ 기록을 세운 SBS '최화정의 파워타임' 진행자 최화정. [중앙포토]

14년간 4500회 최장수 여성 DJ 기록을 세운 SBS '최화정의 파워타임' 진행자 최화정. [중앙포토]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진행하고 있는 최화정의 경우, 앞선 DJ들보다 큰 음 높이 편차인 310.480Hz를 기록했다. 발화속도는 344.614로 빠른 편이고, 무성음의 비율은 35.296%로 생동감이 느껴진다는 분석이다.

최유라 '오후 흥 돋우는 목소리'

최유라의 목소리는 나른한 오후에 흥을 돋우는 목소리라는 분석이다. [중앙포토]

최유라의 목소리는 나른한 오후에 흥을 돋우는 목소리라는 분석이다. [중앙포토]

1995년부터 22년간 '지금은 라디오시대'를진행하다 지난 1월 하차한 최유라는 이보다 큰 음 높이 편차인 351.82Hz를 기록했다. 분석 대상인 6명의 DJ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발화속도 역시 391.284개로 가장 빨랐고, 무성음 비율 역시 16.409%로 가장 적어 나른한 오후에 흥을 돋우는 목소리라는 분석이다.

황정민 '출근시간 경쾌하고 분명한 목소리'

황정민의 목소리는 경쾌하면서도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사진 KBS 라디오]

황정민의 목소리는 경쾌하면서도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사진 KBS 라디오]

KBS CoolFM에서 'FM대행진'을 진행했던 황정민의 경우, 경쾌하면서도 분명한 내용 전달이 특징으로 꼽혔다. 발화속도는 345.460개, 무성음 비율은 36.791%를 각각 기록했다.

6인의 공통점, '잡음 없고 조화로운 목소리'

배철수 목소리 스펙트럼 [조동욱 교수 제공=연합뉴스]

배철수 목소리 스펙트럼 [조동욱 교수 제공=연합뉴스]

목소리의 조화로움을 나타내는 NHR(Noise to Harmonics Ratio) 분석 결과, 이들 모두 0.118~0.171%를 기록했다. 일반인 표준치인 0.190%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이 수치가 적을수록 잡음이 없고 조화로운 목소리로 평가받는다.

연구를 진행한 조 교수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내년 1월 열리는 한국통신학회 동계종합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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