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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코끼리' 개방 15년 인도를 가다 (1) '비전 2020' 야심찬 프로젝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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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일 밤 전용기편으로 인도 뉴델리에 도착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마중나온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취임 6년 만에 처음이다. [뉴델리 AP=연합뉴스]

"앞으로 30년 안에 인도가 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인도 전국경제인연합회(CII)의 구르팔 싱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도 정부가 이런 목표를 갖고 경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2035년까지는 현재 세계 2위인 일본과 3위인 독일을 젖힌다는 자신감이다.

다음날 뉴델리의 인도 외교부 청사에서 만난 나브테즈 사르나 공보관은 "연간 7~8%의 경제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늦어도 2020년에는 전 세계인이 뉴델리에서 올림픽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발전과 사회 개혁을 통해 올림픽 유치국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인도 최대의 민간 기업인 릴라이언스의 자회사인 릴라이언스 인포컴의 짐미 모굴 홍보 이사는 "이제 인도의 개방 정책은 좌파가 단독 집권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 '빅3'를 향해=인도 정부는 요즘 15년간의 개방 성과에 가속 페달을 달려고 애쓰고 있다. '비전 2020'이란 중장기 전략이 그것이다. 1991년 개방정책 이전 인도는 폐쇄적인 경제체제를 고집하는 바람에 3%대의 저성장에 머물렀다. 영산대 인도연구소 이운용(전 코트라 첸나이 무역관장) 교수는 "개방 정책과 함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보기술(IT)과 지식경제 부문이 96년 이후 성과를 내면서 6~7%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르팔 싱 CII 부회장은 "외국 기업에 세금을 낮추고 노동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개방의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도 상공회의소(FICCI)의 크리샨 칼라 전 부회장은 "현재 25%인 제조업 비중을 33%로 높이고 55%에 이르는 서비스업은 30% 선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인도가 중장기 발전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데 가장 큰 장애는 아직도 열악한 인프라다. 제조업 비중을 높이기 위해선 외국인 투자 유치가 필수적인데 역시 인프라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병욱 현대상선 뭄바이 지점장은 "요즘 매일 초조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4월 초 중국 상하이에서 대형 화물선이 뭄바이에 입항할 예정인데, 3월 말로 예정돼 있던 뭄바이항의 터미널 완공 시점이 7월로 돌연 연기됐기 때문이다. 뭄바이항은 현재 전용부두(선석) 6개를 9개로 늘리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전국을 거미줄같이 연결할 고속도로 공사도 한창이다. 뉴델리~콜카타~첸나이~뭄바이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연결하는 5900㎞의 '황금 순환고속도로'는 완공 단계에 진입했다. 여기에다 십자형으로 동서와 남북을 잇는 7200㎞의 간선 고속도로 공사도 벌어지고 있다.

뉴델리와 뭄바이공항은 각각 프랑크푸르트공항, 남아프리카공항과 공동으로 대대적인 터미널 확장 공사에 나섰다. 인도 항공부의 R.K.싱 차관보는 "IT 중심 도시인 방갈로르와 하이데라바드에 각각 2009년과 2011년까지 새 국제공항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남아시아의 맹주로=인도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남아시아의 맹주로 도약 중이다. 올 1월 1일부터 파키스탄.스리랑카 등 6개국을 끌어들여 남아시아 자유무역지대(SAFTA)를 출범시킨 것이다. 인도 외교부 관계자는 "SAFTA를 통해 인도는 전 세계 인구의 약 25%인 14억 시장을 등에 업고 세계와 경쟁할 여건을 갖췄다"고 자평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도 키워 가고 있다. 74년과 98년의 핵실험으로 핵보유국이 된 인도는 핵 전력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항공모함을 보유한 나라도 인도가 유일하다.

뉴델리.뭄바이.첸나이.아그라=장세정 기자

*** 바로잡습니다

3월 2일자 1, 5면 '개방 15년 인도를 가다' 시리즈 기사에서 인도의 도시명에 대해 낯설어 하는 독자가 많아 추가 설명을 드립니다. 한 독자는 "뭄바이는 봄베이를 잘못 쓴 것이 아니냐"고 문의했는데 봄베이의 새 이름이 뭄바이입니다. 1931년 뉴델리로 천도할 때까지 수도였던 캘커타는 콜카타, 마드라스는 첸나이로 각각 바뀌었습니다.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한 BJP당이 97년 집권하면서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의 지명을 힌두어로 고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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