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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의 직접대화기회 늘린다|제 6공화국 정치스타일 어떻게 바뀌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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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6공화국의 정치 스타일이 상당히 변화될 모양이다.
대통령취임준비위가 12일 확정한 대통령의 국정수행 방안은 대통령과 내각, 대통령과 정당·국회의 관계를 새롭게 정돈하고 특히 국민에게 보여지는 대통령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홍보방안 등을 완전히 변신할 것을 시도하고 있다.
내각에 대해서는 국무총리의 종합조정기능을 확대하면서 차관급까지 상당한 폭의 인사권을 위임하고 있고 내각의 사전협의 기능 등도 강화하도록 되어 있다.
종전에는 청와대에 집중되어있던 권한을 국무총리와 각부처장관등 내각에 대폭적으로 위임한다는 것이다.
또 정당의 민주적인 리더십을 보장해 대통령 후보 등의 경선을 단계적으로 실현해주고 의총에서 원내총무를 직접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국회를 어느 때보다 예우해 대통령이 야당지도자들과 자주 회의하고 중요한 정책사항을 사전 설명하는 것도 정례화 하겠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의 모습을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청와대 주변에 대한 관리와 대국민홍보인 것 같다.
거창한 구호를 내놓지 않는 것은 물론 대통령의 친척·인척 등을 공정무사하게 관리하고 대통령부인과 가족의 활동도 자제해 대통령부인의 활동을 위해 따로 만들어 왔던 단체도 만들지 않을 모양이다.
대통령에 대한 언론 보도도 각 언론사에 맡긴다는 것이고 청와대 주변통행·경호· 의전절차 등도 국민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을 자주 갖는 등 국민과의 직접대화 기회도 늘리고 사전에 질문을 조정하던 방식은 지양할 작정이다.
이와 같은 제6공화국의 대통령직 수행방법, 청와대의 기능조정은 다분히 권위주의 청산, 문민화 등 노태우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해온 「보통정치」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구도는 지금까지의 청와대관행을 대폭으로 바꾸는 것이고 특히 제5공화국의 「경성정치」를 「연성정치」모습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의도로도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새로운 정치구도가 과연 어떻게 현실화할지가 주목거리다.
노 당선자는 11일의 총리내정자 선정에서 우선 새 스타일의 일부를 선보였다.
「이현재 총리」를 발탁한 용인의기조도 「제5공화국과 다른」 정치 모습을 보여주자는데 있는 것 같다.
제6공화국의 출범과 정부 이양기에 닥쳐 올 정치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치력을 행사해 휘젓고 다니기보다 제5공화국이 연상시키는 부정적 색채를 떨쳐버리자는데 더 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떠들썩한 「경성정치」 보다 소리를 한껏 낮춘 「연성정치」를 시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총리의 인선과정이 그렇고 스타일도 그렇다.
이현재 총리내정자로 매듭지어질 때까지 물망에 올랐던 이원경전외무장관이나 그밖에 총리감으로 거론됐던 신두영·현승종·이용희씨 등은 정치적 역량보다 청렴·강직 등 때묻지 않고 참신하다는 이미지가 더 큰 고려의 요인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현재·홍성철 두 내정자의 발표는 「새롭다」는 이미지를 주는데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이미지 폭을 강조하다보니 새 총리와 그를 정점으로 한 내각의 성격과 기능이 어떠할 것인가가 참으로 모호한 채 남게됐다.
새 내각이 반드시 총선에만 대처하는 과도적 내각은 아니라 하더라도 13대 총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선거관리적 성격이 부분적으로 부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하다. 그러나 실무형 내각에는 그와 같은 과도적 상황이 벅찬 과제일수가 있다.
이번 조각에서 노 당선자는 「공개조각」 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일 작정이다. 즉 과거밀실에서 낙점한 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발표해버리던 일방통행방식 대신 입각대상자를 노 당선자와 이 총리 내정자가 미리 상의하고 삼청동 조각본부로 불러 협의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새 총리가 함께 일할 내각을 스스로 선택하고 협의함으로써 실질적인 각료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도록 권한을 확대해준다는 것이다.
이미 상당수의 입각 대상자에 대한 내부적 스크린이 끝나고 교섭 대상자의 범위가 좁혀진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그와 같은 공개조각이 가시적 행사에 그쳐 버릴 수도 있지만 그 나름으로 선례를 남긴다는 의미는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총리내정자의 인선과정에서도 발표에 앞서 노 당선자가 내정자를 직접 만나는 방식을 택한 것도 새로운 노 스타일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표면적 스타일의 변화가 행정부의 본질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을는지는 앞으로 두고볼 문제다.
새 내각이 지극히 실무적으로 구성되는 것은 권한의 분산이라기보다 기능의 축소로 보여질 수도 있다.
실제로 행정부가 실무내각으로 구성된다면 정치적 기능은 당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기능과 정치기능을 정부와 당에 분산시키고 청와대가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구도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당정간의 권한 배분이 적절히 이뤄져 당정간 협의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는 모든 것이 순탄하게 되지만 당정간의 소리가 다를 경우엔 이 같은 기능 분산은 조정자 쪽으로 권한을 집중시킬 공산이 더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할 것이다.
정치적 통괄 기능이 청와대 쪽으로 집중되면 자연히 정치는 청와대가, 행정은 내각이 담당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당과 내각의 정치기능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노 당선자의 「보통정치」 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관심거리다. <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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