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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좋아진 일본 … 한국인 관광객 40%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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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인들의 일본 관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임시공휴일 지정 등 여가 증가와 항공권 가격 인하, 최근 원화 강세 등이 겹쳐서다.

항공료 내린데다 원화 강세 영향 #저비용 항공사들 한·일 노선 늘려 #올들어 10월까지 584만 명 방일 #지난달 이미 역대 최고기록 넘어

일본 관광청 집계에 따르면 올 1~10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584만 명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역대 최고를 달성한 지난해 509만 명의 기록은 이미 9월에 뛰어넘었다. 연내 600만 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한국인 8명 중 1명이 올해 일본을 찾은 셈이다.

일본 관광객이 크게 불어난 것은 휴일 증가로 여가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2~3년 전부터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거나 징검다리 휴일인 경우 임시공휴일을 적극적으로 지정하고 있다. 내수진작과 경기 부양을 위해서다. 올 추석은 최장 열흘을 쉴 수 있었다. 연휴를 이용해 한국에서 멀지 않은 일본·동남아시아 등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국관광공사가 올 1~9월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평균 해외여행은 2.6회로 지난해보다 0.5회 늘었다. 2013년 같은 조사의 1.2회의 배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의 교통 수요조사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9월 29일~10월 9일에도 123만 명이 해외로 떠났다. 이 가운데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32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인 일본 관광은 2014년 276만 명, 2015년 400만 명 등 매년 100만 명 이상 늘고 있다.

일본 관광이 늘어난 점은 무엇보다도 가격이 저렴해져서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일본 지역 노선을 대폭 확대하며 가격 인하를 이끌고 있다. 제주항공은 내년 1월 6일부터 일본 큐슈 가고시마에 신규 취항하는 등 일본 정기노선을 8개로 늘렸다. 이스타항공도 이달부터 미야자키에 신규 취항하고, 진에어는 경품 행사를 진행하며 고객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이런 영향으로 올 7~8월 국내 LCC의 일본 운송객은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109%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대한항공·아시아나 등 대형 항공사(FSC)들은 2% 감소했다. 일본 노선을 LCC들이 장악하면서 항공료가 하락하며 관광객 증가에 영향을 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LCC가 뜨면서 일본 관광이 저렴해지고 다양해졌다. 후쿠오카 등지는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어 단거리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권이 저렴해지자 일본 여행 트렌드가 과거 온천·골프에서 맛집·쇼핑 투어 등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벼운 여행객이 늘어난 점이 전반적인 관광 수요를 늘리고 있다. 한·중 관계 악화도 한국인 관광객의 일본 행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엔화 약세, 원화 강세 영향으로 일본 관광 수요가 크게 늘었다. 100엔당 원화 가치는 2015년 말 이후 가장 낮은 964.1원(5일 기준)이다.

일본은 관광지로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관광업 종사자들의 친절함과 저렴한 가격, 청결함 등으로 어필하고 있다. 올 1~10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379만 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취임 이후 시동을 건 관광입국(觀光立國) 전략의 영향이다. 2013년 이후 관광객이 연 200만~300만 명씩 늘었다.

이 결과 일본 여행수지는 대폭 개선되고 있다. 일본에서 외국인이 관광·쇼핑 등에 사용한 금액에서 일본인이 외국에서 쓴 돈을 뺀 여행수지는 올 2~3분기 8429억 엔(약 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반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 기록이다. 일본이 연간 기준으로 여행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5년이 처음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해외로 나간 국내 여행객이 늘고 국내를 찾는 외국인이 줄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10월까지의 여행수지 적자는 139억2000만 달러(약 15조원)에 이른다. 사드 배치 문제와 북 핵실험 등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자 관광객이 크게 줄어드는 등 관광 산업의 허약한 체질이 드러난 셈이다.

김유경·하현옥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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