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엔 국경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의 공기가 다시 탁해졌다는 보고는 정부와 국민들의 공해방지 노력에 비해 공해물질배출요인의 증가가 이를 능가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환경당국 조사로는 지난 1년 동안 전년도에 비해 서울 대기중의 아황산가스농도가 허용 기준치를 훨씬 넘을 정도로 짙어졌다. 그 당연한 결과로 이 지역에 내린 비의 산성도 역시 크게 높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수년동안 개선돼온 추이의 역전현상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서울의 대기오염이 심화된 원인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도시 자체에서 발생하는 매연 량의 증가다. 도시 재개발 정책에 의해 잇달아 솟아 오르고 있는 고층빌딩의 냉·난방연료에서 뿜어 나오는 매연과 증가 일로에 있는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원인이 된다.
벙커C유 같은 유황성분이 많이 포함된 연료가 도시 빌딩의 냉·난방 연료의 주종을 이루기 때문에 여기서 뿜어내는 매연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더욱이 도시 곳곳에 산재한 빌딩과 군소 공장들의 일부가 낮에는 매연방지기를 가동하다가도 밤에는 어둠을 틈타 거침없이 엄청난 매연을 뿜어내고 있는 실정에서 오염도가 줄었다면 오히려 이상한 얘기가 될 것이다.
빌딩연료의 가스화와 자동차배기가스의 오염물질 배출농도를 규제하고 무연 휘발유의 사용을 권장하는 것도 유효의 한계가 있다. 작년 한해 동안 서울시내 자동차 증가 대수는 한 달 평균 무려 1만2천여 대, 하루3백여 대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엄청난 증가량 자체도 문제겠지만 교통량의 무작정 증가는 교통소통의 정체현상을 가져옴으로써 차량매연을 배가시킨 것이다.
서울의 대기오염이 심해진 또 하나의 원인은 공해에는 국경이 없다는 원리에서 찾아진다. 우리 나라의 대기는 시베리아와 중국대륙의 영향아래 있다. 봄철이면 항상 겪고 있는 황사현상도 중국대륙으로부터 연유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중공이 추진하고 있는 공업화정책으로 많은 공장이 들어서고 있고, 여기에서 뿜어내는 공장매연이 황해를 건너와 우리 나라를 덮치고 있다는 현실은 이미 과학적인 조사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공해가 인접국가에까지 그 해독을 미친다는 사실은 캐나다와 미국 사이의 해묵은 공해 분쟁과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때 그 방사능 낙진이 유럽대륙 전체로 확산되었던 사실, 또 스위스의 한 화학공장 폭발사고로 라인강 주변 국가들이 입었던 피해에서 이미 생생한 실례를 보았다.
매연에 의한 대기오염은 매연발생 원에 대한 개별적인 기준치설정으로는 규제가 어렵다. 먼저 환경보전을 위한 총량 적인 기준치를 정하고 이에 맞춰 발생 원에 대한 규제치를 수시로 조정하는 「총량규제」방식을 채택해야만 공해감소가 가능하다. 선진공업국들이 취하는 방법 예기도 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공해는 국경이 없다. 보도대로 앞으로 중공이 우리 나라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산동성을 경제개발 특구로 정하고 공업활용을 본격화한다면 우리가 입는 공해피해는 막심해질 것은 명백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두 나라 사이의 공동 대비책의 강구와 협조체제가 절실히 요구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