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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면세점엔 40m 관광객이···한한령 후 첫 유커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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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중국발 '북서 훈풍'에 실려올 유커 기대감 큰 관광지들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한 중국인 관광객의 줄의 길이가 40m나 이어졌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한 중국인 관광객의 줄의 길이가 40m나 이어졌다. 최충일 기자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일부 허용 이후 첫 중국 단체관광객이 2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으로 입국한 뒤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파빙한국 첫단체’(破冰韩国 首发团)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사드갈등 해빙 후 한국으로 여행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일부 허용 이후 첫 중국 단체관광객이 2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으로 입국한 뒤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파빙한국 첫단체’(破冰韩国 首发团)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사드갈등 해빙 후 한국으로 여행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파빙 한국 첫단체’(破冰韩国 首发团).
‘사드갈등으로 생긴 얼름을 깨고 한국을 여행하는 첫 단체’라는 뜻이다. 붉은색 바탕의 이런 내용의 흰 글씨가 쓰인 현수막이 내걸렸다.

지난 2일 밤 인천공항, 유커 한한령 이후 첫 방한 물고 #8일에는 유커 30명이 웨이하이(威海)서 인천항으로 입국 #제주도 면세점, 개장전부터 40m 중국관광객 줄 이어져 #부산 중구, ‘알리페이’ 도입하는 등 유커 맞이 준비 박차 #관광업계 “해빙모드 이어져 전세기·크루즈도 재개 희망”

지난 2일 오후 9시40분 인천국제공항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遊客·유커)을 맞이하는 여행사 직원들이 “다자하오!(大家好·여러분, 안녕하세요!)”라며 환영인사를 했다.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일부 허용 이후 첫 중국 단체관광객이 2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으로 입국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파빙한국 첫단체’(破冰韩国 首发团)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사드갈등 해빙 후 한국으로 여행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일부 허용 이후 첫 중국 단체관광객이 2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으로 입국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파빙한국 첫단체’(破冰韩国 首发团)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사드갈등 해빙 후 한국으로 여행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부당한 보복 조치 차원에서 이뤄진 한한령(限韓令)이 발동된지 262일 만에 첫 중국단체 관광객 31명이 한국땅을 밟는 순간이었다.

첫 발을 들인 유커는 베이징(北京)에서 아시아나항공(OZ334편)을 이용한 유커로 지난 28일 중국 여유국의 ‘한한령 일부 해제’ 구두 지시 이후 첫 단체 비자를 받은 이들이다. 4박5일간의 한국에서 보낼 이들은 삼겹살 구이로 저녁식사 후 서울시 구로구의 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일부 허용 이후 첫 유커가 3일 오전 서울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파빙한국 첫단체’(破冰韩国 首发团)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사드갈등 해빙 후 한국으로 여행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일부 허용 이후 첫 유커가 3일 오전 서울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파빙한국 첫단체’(破冰韩国 首发团)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사드갈등 해빙 후 한국으로 여행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3일부터 본격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유커는 경복궁·청계천·광장시장·인사동 등 서울 시내 주요 명소를 둘러본다. 4~6일에는 경기도 파주 제3땅굴, 프로방스·이화여대 등 서울·경기권 주요 명소를 찾고 6일 오후 3시10분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출국한다.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일부 허용 이후 첫 유커가 3일 오전 서울 경복궁을 관람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일부 허용 이후 첫 유커가 3일 오전 서울 경복궁을 관람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8일에는 유커 30명이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항에서 배를 통해 인천항으로 들어온다. 이들은 2박 3일 일정으로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을 관광한다.

지난해 100만 명의 유커를 유치한 국내 최대 인바운드(외국인 대상 국내 관광서비스) 여행사 뉴화청은 “오는 8일 30명을 시작으로 12월 한 달 동안에만 20개 팀, 600명이 한국 여행 일정이 잡혔다”며 “이번 유커를 시작으로 다음 달 있을 스케줄 관리를 위해 베이징(北京)·산둥성 등 중국 내 여행사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하이 배편을 제외한 나머지는 베이징을 비롯해 산둥성 칭다오(靑島)·지난(濟南)시 등에서 출발하는 정기 항공편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인천 연안부두 앞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66)씨는 “중국 관광객들이 안 오면서 문을 닫거나 휴업하는 식당들이 많았다”며 “이제나마 풀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한 중국인 관광객의 줄의 길이가 40m나 이어졌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한 중국인 관광객의 줄의 길이가 40m나 이어졌다. 최충일 기자

국내에 오는 첫 유커는 당초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제주도로 올 예정이었다. 3박4일간 제주 용두암·동문시장·외돌개·약천사·오설록·성산일출봉 등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중국측 송객업체가 현지 여론에 부담을 느껴 뉴화청에 취소를 알려왔다.

첫 유커의 입국이 무산됐지만 제주도 관광업계는 유커의 귀환이 언제 시작되도 이상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한 중국인 관광객의 줄의 길이가 40m나 이어졌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한 중국인 관광객의 줄의 길이가 40m나 이어졌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오전 9시30분,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 면세점 개점시간이 오전 10시인만큼 30분이나 남았지만 입점을 기다리는 줄이 약 40m에 이르렀다. 입점이 시작되자 줄줄이 입장하는 모습이 사드 보복 이전을 연상케 했다.

이들은 유커는 아니지만 대부분 중국인 개별관광객(散客·산커)과 보따리상(代工·다이궁)들이다. 쇼핑을 하며 나온 이들은 상당수가 대형 쇼핑백이나 트렁크를 들고 있다. 그 안에는 주로 국내산 화장품 등이 가득 담겨 있다.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 주차장에 중국관광객들을 나르는 승합차 30여 대가 주차돼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 주차장에 중국관광객들을 나르는 승합차 30여 대가 주차돼 있다. 최충일 기자

주차장에는 유커를 실어나르는 대형 관광버스 대신 싼커와 다이궁이 이용하는 승합차 30여 대가 줄지어 주차돼 있다. 제주도 면세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중국 개별관광객과 보따리상들 줄이 예전보다 더 길어지는 추세”라며 “최근 한·중 관계를 볼 때 내년 봄부터 유커들의 본격적인 재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한 중국인 관광객의 줄의 길이가 40m나 이어졌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한 중국인 관광객의 줄의 길이가 40m나 이어졌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한 중국인 관광객의 줄의 길이가 40m나 이어졌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한 중국인 관광객의 줄의 길이가 40m나 이어졌다. 최충일 기자

같은날 면세점 인근의 제주시 연동 바오젠(寶健) 거리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북적일 점심시간이었지만 이곳은 3~4명의 중국인들이 보일 뿐이었다. 바오젠거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커로 가득 찼던 곳이다.

3일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최충일 기자

3일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최충일 기자

하지만 이 거리의 분위기도 2~3개월 전과는 다르다. 한두명씩 보이는 중국인들에 상인들의 표정이 점차 기대감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이다. 바오젠거리 인근에서 귀금속점을 운영하는 현모(45)씨는 “수개월째 안보이던 중국인들이 최근들어 하루 두세팀씩 찾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전세기와 크루즈 등이 재개되면 손님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 주차장에 중국관광객들을 나르는 승합차 30여 대가 주차돼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 주차장에 중국관광객들을 나르는 승합차 30여 대가 주차돼 있다. 최충일 기자

하지만 일부 내국인들은 중국인 관광 재개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주도민 김모(37)씨는 “올해에는 유커가 없어 동네 카페를 가도 정말 조용해 좋았다”며 “다시 유커가 몰려오면 분명 화장실이 더러워지고 시끄러워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제주시 연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최충일 기자

제주를 찾은 관광객 최모(38·부산시)씨는 “지난해 대비 제주도가 조용해지고 깨끗해져 올해 벌써 3번이나 제주를 찾았지만 다시 중국인이 오기 시작한다면 제주대신 일본 등 다른 가까운 해외로 여행을 가겠다”고 말했다.

제주관광업계는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제주 관광시장 체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외국인 관광의 85%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이번 사드 사태는 물론,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때도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또 중국 현지 여행사에게 관광객 수만큼의 돈(人頭稅·인두세)을 과도하게 내는 악순환 등을 끊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장은 “유커의 귀환은 제주관광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으로 인한 저가 관광은 지양하고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부산 중구청 공무원들이 알리페이 결제시스템에 가입한 부산 자갈치시장 활어센터의 한 업소에서 사용법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이은지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부산 중구청 공무원들이 알리페이 결제시스템에 가입한 부산 자갈치시장 활어센터의 한 업소에서 사용법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이은지 기자

부산 지역도 유커 귀환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내년 2월 춘절(春節·중국의 설날)부터 중국인 단체관광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전통시장인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 ‘알리페이’ 결제시스템을 도입했다.

3일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최충일 기자

3일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최충일 기자

알리페이는 중국 내 모바일 결제시장 1위다. 신용카드 소지나 환전의 불편함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할 수 있다.

부산시는 도보여행·스포츠 체험 같은 특수 관광상품을 즉시 판매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인 시트립(Ctrip)과 관광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12월 중순에는 중국 현지 여행사를 대상으로 관광설명회를 연다.

또 부산·상하이 자매도시 체결 25주년을 기념해 내년에는 부산과 상하이 두 도시 간 교류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또 중국판 페이스북 웨이보(微博), 카카오톡 위챗(微信), 등 중국의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관광홍보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병진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은 “금한령으로 급감한 중국인 관광객을 회복세로 바꿔놓고, 연간 150만명 유치를 목표로 현재 다양한 마케팅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지난1일 제주시 연동 모 면세점 앞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최충일 기자

지난1일 제주시 연동 모 면세점 앞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최충일 기자

한편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은 319만2248명으로 지난해 동기(526만5923명)보다 39.4% 줄었다.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전면 금지한 3월부터 8월까지만 보면 하락폭은 더 가파르다. 지난해 633만4312명에서 올해 203만6215명으로 61.3%가 줄었다.

제주·인천·부산=최충일·임명수·김민욱·이은지 기자 choi.choongil@joon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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