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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키 하나로 호텔·보험·정비 이용하는 네트워크 구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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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호 20면

[SUNDAY MBA] 변혁의 시대를 선도하는 플랫폼 전략

페이스북은 뉴스피드를 통해 회원들의 활동·메시지·추천목록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이용자의 접속률을 높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페이스북은 뉴스피드를 통해 회원들의 활동·메시지·추천목록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이용자의 접속률을 높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내년도 성과를 좌우하는 우리 회사의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 지금처럼 변화와 불확실성이 큰 때일수록 ‘경영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전략이란 기업이 처한 환경을 잘 이해하고 내부 역량과 자원을 적절히 활용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행동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유럽 중심으로 경제가 발전한 1950년대와 60년대는 사업 확장과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이 쟁점이었다. 이에 이고르 앤소프는 제품뿐 아니라 시장을 고려한 성장전략을 제안했다. 케네스 앤드루스는 내부·외부 환경을 바탕으로 기회와 위협,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는 SWOT 체계를 정립했고, BCG컨설팅에서는 집중적으로 투자할 사업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BCG 매트릭스를 제시했다.

누구나 생산자 겸 소비자인 사회 #이들 연결해 새로운 가치 만들어 #설계도 공유하는 오토데스크 #요리 방법 추천하는 맥코믹 등 #교류 과정서 빅데이터도 확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의 침체기에는 매력적인 시장을 찾는 5포스 모델이 마이클 포터에 의해 제안됐다. 1980년대 일본 기업이 미국을 점령하는 가운데에도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기업의 성공 요인을 탐 피터스가 7S 모델로 정리했다. 1990년 호황기에 이르자 게리 하멜은 핵심역량 이론을 제시했다. 2000년대 불확실성 시대에 접어들면서 독창적인 가치로 새로운 시장을 찾자는 블루오션 전략이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끌었다.

내년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이런 전략들을 살펴보고 지금 우리 기업의 구체적인 상황이 어떤지 점검해 보자. 지금도 유효한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강력한 경제적·사회적·기술적 변화가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는 ‘혁명 환경’에 놓여 있는 지금 무엇을 새롭게 고려해야 할 것인지도 확인해 보자. 이 같은 상황에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전략이다.

소유보다 소비·경험을 중요시하는 사회문화적 변화는 공유경제로 연결되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초연결사회를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 경험에 대한 빅데이터가 확대되고 외부자산과 인재의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들을 활용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이제 경영현장에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플랫폼 비지니스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꼭 맞는 상대를 만나서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사회적 통화를 서로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모두가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따라서 참여하는 모두는 누구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며, 다양한 참여자들이 상호작용을 하게 됨에 따라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 가벼워진 자산으로 인해 시장 확대 속도도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전통적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포춘 500대 기업들은 시가총액 10억 달러가 되는 데 20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은 다르다. 1998년에 창업한 구글은 8년, 2004년에 시작한 페이스북은 약 5년, 2009년에 사업을 시작한 우버는 단 3년 만에 시가총액 10억 달러가 됐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짧아지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인 215개 기업 대부분은 플랫폼 전략을 통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고객의 큐 분석해 콘텐트 투자

BMW는 스마트 키 하나만으로 호텔·보험·정비 등 모든 생산자를 연결했다

BMW는 스마트 키 하나만으로 호텔·보험·정비 등 모든 생산자를 연결했다

성공적인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는 첫 단추는 플랫폼을 통해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 확실히 하는 것이다. 즉, 플랫폼 사용자들이 핵심 상호작용을 통해 어떤 가치를 얻게 하느냐를 정해야 한다. 둘째, 이런 가치를 주기 위해 누가 참여하고,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방법으로 가치를 교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조건을 결정하고 나면 플랫폼의 기본 구조인 네트워크·인프라·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버의 경우 운전자와 탑승객 사이의 가치 교환이 곧 네트워크가 된다. 가치 교환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도구가 인프라며, 차량 목록과 위치·평가 등이 데이터에 해당된다.

플랫폼 구조를 설계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두 가지 핵심 효과가 있다. 바로 학습 효과와 네트워크 효과다. 이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고,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네트워크 효과란 지속적으로 더 많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핵심이 되는 활동이 무엇인지 파악해 지속적으로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버의 경우 ‘승객의 빠른 픽업’이 핵심 활동에 해당된다. 한편, 학습효과란 소비자의 핵심 행동을 축적하고, 데이터화하는 시스템을 통해 또 다른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을 말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고객이 큐(Queue)라고 불리는 위시리스트를 작성하면, 이를 분석해 더욱 정교하게 영화를 추천하고 새로운 콘텐트의 제작에 투자하는 데까지 활용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고객이 작성한 큐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영화를 추천한다. [사진 BMW, 로이터=연합뉴스]

넷플릭스의 경우 고객이 작성한 큐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영화를 추천한다. [사진 BMW, 로이터=연합뉴스]

네트워크·인프라·데이터로 구성되는 플랫폼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비중을 다르게 둘 수 있다. 동영상 서비스를 하는 유튜브와 비메오를 비교해 보자. 유튜브는 많은 참여자들이 다양한 동영상을 쉽게 올리고,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다양한 콘텐트를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쉽게 연결되도록 네트워크를 강화한 플랫폼이다. 반면 비메오는 사용자를 위한 발전된 동영상 편집 툴을 제공하는 인프라가 더 강력한 플랫폼이다. 비메오는 후발주자이지만 차별화된 플랫폼을 운영함으로써 유튜브와 공존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는 플랫폼 구조의 강화를 통해 소셜네트워킹을 제공하는 기존의 플랫폼 기업을 아예 무너뜨렸다. 마이스페이스의 경우 먼저 시작해 강력한 네트워크를 만들었지만 지인들 사이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만을 제공했다. 반면 후발 주자인 페이스북은 뉴스피드를 통해 회원들의 활동, 메시지, 추천 목록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뿐 아니라 데이터까지 강화해 접속률을 높였다.

CEO가 전사적 관점에서 나서야 성공

플랫폼 비즈니스는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까? 첫째, 에어비앤비와 같이 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다. 둘째는 커뮤니티 접근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한다. 드리블은 디자이너들끼리 작품을 올리고 의견을 나누는 플랫폼이다. 기존 플랫폼의 활성화와 양질의 데이타를 모으기 위해 디자이너의 참여는 무료다. 그러나 디자이너를 채용하고자 하는 회사들에게는 구인광고 포스팅 비용을 청구한다. 셋째, 일반적인 상호작용은 무료로 하되 고품질의 서비스에 대해서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시터시티라는 베이비시팅 플랫폼은 프리미엄 회원으로 등록하려면 비용을 내야 한다. 특별한 배려와 주의를 필요로 하는 베이비시팅 비즈니스 성격에 적절한 형태라 하겠다. 넷째는 접근성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법이다. 구글이나 옐프와 같이 검색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플랫폼 상의 노출의 우선순위에 따라 차등적인 수수료를 부과한다.

기존 사업에 있어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을 할 때 어떤 자원을 어떻게 조합을 하면 될까? 기존 사업의 특징에 따라 소비자·생산자·시장 중심의 플랫폼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BMW의 경우 소비자의 자동차 키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을 하게 플랫폼을 만들었다. 자동차 시동을 거는 키 하나로 제휴를 맺은 호텔, 보험, 정비 서비스 등 모든 생산자를 네트워크로 연결한 것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의 활동 데이터를 쌓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오토데스크는 모든 설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건축 등 제품 설계에 관한 도면을 시공사, 설계 담당자, 현장 엔지니어가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했다. 설계 정보를 모두 디지털화해서 데이터를 공유한다.

한편, 향신료 회사인 맥코믹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움직이는 시장 전체에 집중했다. 플레이버 프린트를 통해 소비자가 데이터를 입력하면 취향에 맞는 향신료를 추천하고 조리법을 공유한다. 소비자가 플랫폼 커뮤니티상에서 요리 정보와 팁을 얻는 동안 맥코믹은 음식 트랜드를 학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소비자뿐만 아니라 식료품점, 식품 제조업체, 음식점까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작게 시작하더라도 제대로 된 플랫폼 구축을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전사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성공적인 플랫폼화를 위해서는 지금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기존 사업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할 때 부서별로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성공적인 플랫폼화를 위해서는 부서별로 나눠진 데이터를 전사적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 마케팅이 중요해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추진하거나, 정보기술(IT)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최고정보책임자(CIO) 혹은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CMO는 아무래도 마케팅 담당자라 네트워크에만 집중하게 되며 CIO는 엔지니어 관점에서 효율성에만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배보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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