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 방북단에 “핵보유국 지위 인정받아야 美와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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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야 미국과의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고 최근 방북한 러시아 하원 의원 대표단이 1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대표단은 북한이 화성-15형을 발사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1월 30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러시아 하원 의원 대표단의 단장인 러시아-북한 의원친선그룹 간사 카즈벡 타이사예프 의원 등 대표단을 면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1월 30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러시아 하원 의원 대표단의 단장인 러시아-북한 의원친선그룹 간사 카즈벡 타이사예프 의원 등 대표단을 면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날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비탈리 파쉰 하원 의원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김영남 위원장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파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성공으로 핵보유국이 되기 위한 목표를 달성했다”며 이같이 밝힌 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만 협상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파쉰은 북한의 이번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이 미국에 협상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께 방북했던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 알렉세이 체파는 타스 통신에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고 미국과의 힘의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발사 시험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소개했다.

체파도 김영남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 “북한은 서방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수 없다고 밝혔다”면서 “(김영남은) 제재 속에서도 100년은 더 살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재는 북한을 겁주지 못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미국과 한국이 협박과 도발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한반도 문제 해결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러시아 대표단은 밝혔다. 대표단 단장을 맡았던 카즈벡타이사예프 의원은 “북한이 믿음을 가진 유일한 나라는 러시아”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 방북한 러시아 하원 대표단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신홍철 외무성 부상,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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