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민층 울리는 오락가락 주택정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우선 서민층 내집마련을 돕겠다는 취지의 생애 최초 주택자금 대출 정책은 불과 3개월 사이에 세 차례나 바뀌었다. 애당초 선심 쓰기에 급급한 나머지 대출에 대한 수요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정책을 만든 결과다. 결국 재원 고갈을 막기 위해 대출 대상을 축소하고 금리도 일반 우대 주택담보대출 수준에 가깝게 올렸다.

생애 최초 주택자금 대출 조건이 강화되면서 그 불똥은 엉뚱하게 일반 서민 주택대출로 튀고 있다. 종전의 가구주 연소득 3000만원 이하에서 부부 합산 연소득 2000만원 이하로 대상도 크게 줄고, 대출 가능 금액도 집값 대비 70% 이하로 낮아졌다. 졸지에 대상에서 제외된 당사자들은 "차라리 생애 최초 주택대출이 없었으면 일반 서민 주택대출이라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개한다. 한번 일이 꼬이니 자꾸만 더 꼬여 정책을 누더기로 만든 꼴이다.

주택정책의 난맥상은 이것뿐이 아니다. 월세 부동산 중개수수료 산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월세 중개수수료를 한꺼번에 두세 배 올릴 수 있도록 산정 방식을 바꾼 건교부는 이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시행한 지 20일밖에 안 된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나섰다. 정부의 법령을 스스로 희화화한 꼴이다.

판교 분양 방식은 하도 여러 번 바꿔 실무자마저 헷갈리는 지경이고, 서울 강남의 집값을 잡겠다고 마련한 8.31 부동산대책은 정작 강남 집값 오름세는 막지 못한 반면 작고 상대적으로 싼 집값만 떨어뜨린 결과를 초래했다.

수많은 이해 당사자가 있는 주택정책은 제대로 정교하게 마련해도 현실에서는 부작용과 난관에 부닥치는 어려운 과제다.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선심성으로 급조한 뒤 이처럼 오락가락해서는 정책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서민층만 골병든다. 이제라도 효과 없이 부작용만 초래하는 온갖 복잡한 정책을 만들어 내는 대신 주택도 큰 줄기는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사회복지 차원의 주택정책에 한해 선택과 집중의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