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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은 '친환경 월드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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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독일축구협회는 이번 월드컵을 '기후 중립(climate-neutral)' 대회로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독일축구협회는 모든 경기장에서 소비되는 에너지, 관중의 이동에 쓰이는 에너지, 관광으로 소비되는 에너지로 인해 약 10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협회는 이에 맞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인도 타밀나두 지역에서 150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메탄가스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인도에 50만 유로(약 5억8000만원)를 지원하는 것이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배 이상 많은 기체다. 대기로 바로 배출되면 상당한 온실효과를 낸다. 그런데 메탄가스를 발전소에 사용하면 전력을 생산하면서 온실효과를 줄이는 이중 효과를 본다. 이런 이유로 메탄가스 발전소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훌륭한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축구협회의 이런 활동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우선 월드컵이란 국제 대회를 개최하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온실가스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이다. 2002년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월드컵 때도 친환경적으로 하겠다는 선언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부족했다. 또 독일축구협회가 자국 입장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지구적 차원에서 실천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독일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로 독일 사람들뿐 아니라 세계가 피해를 본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3세계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시설 지원으로 책임진다는 태도는 다른 선진국도 배워야 한다. 우리들이 무심코 소비하는 에너지로 인해 지구촌은 갈수록 더워지고 있다. 온실가스 줄이기는 어렵지 않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축제와 지구 환경 살리기를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염광희 환경운동연합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