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사라진 '전북가야' 뿌리 찾는다, 문 대통령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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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전북 장수군 번암면 봉화산 치재에서 열린 '전북가야 선포식'에서 송하진(오른쪽 네 번째) 전북도지사와 이환주(오른쪽 세 번째) 남원시장 등 7개 시·군 단체장 등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전북도]

지난달 25일 전북 장수군 번암면 봉화산 치재에서 열린 '전북가야 선포식'에서 송하진(오른쪽 네 번째) 전북도지사와 이환주(오른쪽 세 번째) 남원시장 등 7개 시·군 단체장 등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전북도]

"1500년 전 백두대간 속 전북 동부지역에 기반을 두고 가야계 왕국으로까지 발전했던 가야세력을 하나로 묶어 전북가야라고 명명하였다."
전북 장수군 번암면 봉화산 치재에 1.7m 높이로 세워진 '전북가야 기념비'에 적힌 문구 일부다. 그동안 문헌이 없어 잘 알려지지 않은 전북 지역 가야 문화유산의 뿌리를 찾겠다는 전북 지자체들의 꿈이 담겨 있다.

장수군 번암면 치재서 '전북가야 선포식' #전북 7개 시·군 산재한 유적 발굴 본격화 #고분·제철·봉수·산성 690개…유물 2441점 #송하진 지사 "전북가야 독창성 알릴 터"

전북도는 30일 "내년부터 전북 동부지역 7개 시·군에 산재한 가야 문화유산에 대한 연구 및 복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가야사 연구 및 조사'를 국정 과제로 채택하면서 추진됐다. 전북도는 1단계로 내년에 국비와 지방비 86억원을 들여 가야 유적에 대한 발굴 및 정비 사업에 착수한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 2027년까지 '전북가야'를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2단계 사업에 총 54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영·호남 다른 지자체들과 손잡고 가야 문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한다.

지난달 25일 전북 장수군 번암면 봉화산 치재에서 열린 '전북가야 선포식'에서 송하진(가운데) 전북도지사가 고사를 지내고 있다. [사진 전북도]

지난달 25일 전북 장수군 번암면 봉화산 치재에서 열린 '전북가야 선포식'에서 송하진(가운데) 전북도지사가 고사를 지내고 있다. [사진 전북도]

전북도는 앞서 지난 25일 봉화산 치재에서 가야 유적이 발굴된 장수·남원·완주·무주·임실·순창·진안 등 7개 시·군과 함께 '전북가야' 선포식을 열었다. 전북도에 따르면 가야는 기원을 전후한 시기부터 대가야가 멸망한 562년까지 영남 서부지역에서 호남 동부지역에 걸쳐 있었던 작은 나라들의 총칭이다. 가야에 관한 역사책으로는 고려 문종 때 금관주지사(김해 지역에 파견된 지방관)를 지낸 문인이 편찬한 '가락국기'를 발췌한 '삼국유사'가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해당 기록이 워낙 적고 간략해 가야사를 복원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전북의 경우 1983년부터 올해까지 42억원을 투입해 가야 유적에 대한 발굴 및 조사를 해왔다. 그동안 장수·남원을 중심으로 모두 7개 시·군에 걸쳐 고분·제철·봉수·산성 등 가야 유적 690개가 발굴됐다. 가야 유물은 남원 1854점, 장수 587점 등 모두 2441점이 출토됐다.

전북에서 나온 가야 유물은 지난 1983년 88고속도로(현 광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남원 월산리에서 출토된 철제초두가 최초다. 이것은 가야계 고분(고대에 만들어진 무덤) 중에서도 처음으로 발굴된 유물이다. 철제초두는 다리가 셋 달리고 긴 손잡이가 부착된 작은 솥을 말한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봉화산 치재는 전북 지역 가야 문화의 중심지인 남원과 장수가 맞닿은 지역이고, 삼국시대 때 백제·가야·신라가 국경을 형성했던 곳으로 호남과 영남의 화합의 장소로서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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