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주열 "성장과 물가 흐름 보면서 금리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

중앙일보

입력

6년 5개월 만의 금리 인상…약인가 독인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2년 정도 반도체 열기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반도체 강세 사이클이 끝나간다는 전망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총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 #"내년에도 3% 정도의 잠재성장률 수준 달성" #"반도체 경기도 2년 정도 유지할 가능성 크다" #조동철 위원은 금리인상에 반대하고 동결 주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2017113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20171130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과 관련해서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소비 회복세가 완만하게 꾸준히 진전되면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 즉 3% 내외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원화 강세와 관련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환율은 국내외 경제 상황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투자자의 리스크에 대한 태도 등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환율의 움직임을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예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이번 금리 인상은 시장 가격 변수에 상당히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금리 정책과 관련해 정부와의 정책 공조의 필요성에 관해 묻자 이 총재는 “금리 정책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복지 정책ㆍ산업 정책 등 특별 정책 같은 미시적 정책보다 거시 정책이라고 하는 큰 틀에서 보는 것이란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내년 추가 기준금리 조정 여부와 관련해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해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 금리 결정을 짓는 것은 아니라고 누차 말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의 배경에는 국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인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이 일정 수준 이상 봉합됐고, 대북 리스크도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원화가치 상승으로 ‘환율 리스크’를 겪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의 경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직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과 의미,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한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과 일문일답.

금리인상의 배경(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브리핑) 

금통위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 1.25%에서 1.50%로 인상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지난 10월 통화정책 방향이 결정된 이후에 대외 여건을 보면 글로벌 경기는 회복세가 확대되고 있으며 국제금융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과 유로지역, 그리고 일본 등 주요국들이 예상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설비투자와 고용 호조에 힘입어 3분기 성장률이 확대됐고 유로지역 국가들은 고용과 경제가 개선되면서, 일본은 수출증가에 힘입어 회복세가 강화됐습니다. 신흥국을 봐도 중국경제가 6%대 후반의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했고 아세안 국가의 회복세도 강화됐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 금리가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 미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등의 영향을 받아 급락을 거듭했지만 대체로는 하락했습니다. 주가는 선진국 신흥국 모두 경기 회복세 강화로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국내 실물경제 또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수출이 반도체 수요 호조에 기인해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소비와 설비 투자는 10월 들어 일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구조적인 흐름은 양호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앞으로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 확대, 대중 교역 여건 개선 등에 힘입어 잠재 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합니다.

소비자 물가는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과 기저효과 등으로 10월 상승률이 1%대 후반으로 낮아졌습니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1% 중후반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소비자물가는 도시가스요금이나 대규모 할인행사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1% 중후반대 상승률을 보이다가 점차 높아져서 2%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시장은 장기 시장 금리가 지난 금통위 회의 이후 상승했습니다. 주가는 기업실적 개선에 힘입어 상승세를 나타냈고 원 달러 환율은 국내 경기 회복세 강화, 그리고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유입 등의 영향으로 하락했습니다.

가계부채는 증가 규모가 줄어들었으나 예년보다는 높은 증가세가 유지됐습니다. 앞으로 정부 가계부채 관리 대책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그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우리 경제가 잠재 성장률 수준의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 상승률도 점차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통화정책의 실질적인 완화 정도가 확대되면서 금융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동안 저성장 저물가에 대응해 확대한 통화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과 국내외 경제 여건의 변화, 그에 따른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계획입니다. 오늘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한 금통위 결정에 대해 조동철 위원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 한다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습니다.

한은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인상했다. [연합뉴스]

한은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인상했다. [연합뉴스]

일문일답 

질문)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기준금리가 1회 혹은 2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최근 경기 여건을 봤을 때 추가 금리 인상도 무리가 없는 상황인가. 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3회 금리를 올린다면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 남아있다.

답변) 시장에서는 내년에 2회 정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하셨는데 1~2회 추가 인상 기대가 적절한지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추가 조정 여부는 의결문에도 나와 있듯이 무엇보다도 성장과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신중하게 판단해 나갈 것. 그리고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그게 곧바로 우리 금리를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라는 점은 누차 강조한 사항이다. 연준의 금리인상 자체보다도 그것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판단할 것이다.

질문) 금리 결정이 자본유출에 미치는 요인에 대해 고려하나. 향후 환율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답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내외금리차 확대로 원화 강세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환율은 내외 금리차의 영향만 받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경제 상황,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투자자의 리스크에 대한 태도 등에 의해 훨씬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앞으로 환율의 움직임을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예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 금리 인상은 시장의 가격변수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환율 움직임에 대해서는 일관된 정책적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경제 펀더멘탈을 반영해 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돼야 하고 만약에 쏠림 등에 의해 변동성이 과도하면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환율정책에 관한 한은의 일관된 입장이다.

질문) 금리 정책의 경우 정부와의 정책 공조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정책적 연결 고리는 무엇인가.

답변) 정부와의 정책 공조와 관련해, 금리 정책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복지 정책ㆍ산업 정책 등 특별 정책과 미시적인 정책보다는 거시 정책이라고 하는 큰 틀에서 보는 것이란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질문) 물가가 아직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은 데 금리 인상을 한 건 물가 오름세에 대한 자신감인가

답변) 금리 인상 자체는 단기적인 시계의 물가 움직임보다는 중장기적 시계에서의 기조적 흐름에 대한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금리를 인상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경기 회복세가 강화되며 물가가 점차 물가 안정 목표 수준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판단에 기초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질문) 반도체 강세 사이클이 끝나간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답변) 반도체 수출이 워낙 호조인데다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기여도도 워낙 높다. 지금은 우려가 큰 데 앞으로 2년 정도로 내다본다면 4차 산업혁명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반도체 열기가 꾸준히 이어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서 소비 회복세도 완만하게 꾸준히 진전된다면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 3% 내외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질문) 최근 북한 리스크가 불거졌고 3분기 실질 소득이 마이너스세다. 반도체에 편향된 수출 구조와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기업의 부진 가능성, 구조조정 이슈가 문제가 되고 있다. 금리 인상에 이런 점이 반영됐나.

답변) 지적하신 요인들을 모두 고려한 요소들이다. 북한 리스크와 반도체 리스크 등 모든 것을 종합할 때 내년에도 국내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질문) 기준금리 인상이 예금 금리뿐만 아니라 대출 금리 인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시장 수요도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이 집값 상승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나.

답변) 원론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차입 비용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대출 수요가 둔화하게 돼 이런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주택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그러지만 주택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다양한 요인에 의해 주택 가격이 결정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질문) 수출경쟁력이 금리 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는지. 금리 인상이 반도체와 석유화학 외 다른 업종의 수출 경쟁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나.

답변) 우리나라의 교역구조를 고려할 때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옛날보다 감소했다고 본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대표적으로는 우선 국내기업의 해외생산이 많이 늘어난 점이 있고 중간재 투입하는 데 있어 수입재의 비중이 많이 상승한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격경쟁력보다는 품질 등 비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진 점 등을 고려할 때 환율이 수출과 각 개별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줄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원화절상 추세가 장기화하면 환율의 수출가격 전가가 확대되면서 일부 품목, 예를 들면 일본이나 중국 등에 대해 일부 업종은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수출경쟁력은 환율보다는 다른 요인에 의해 좌우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질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가 정치, 경제학적 이벤트에 영향을 받는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답변) 금리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경제 혹은 경기상황, 물가, 고용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어떤 결정이 우리 경제에 가장 바람직한지에 대한 판단에 기초한다. 이것만으로도 답변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개인적인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정치·경제적 이벤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