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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창업, 10대라고 못 할게 뭐 있어?” 10대 CEO 유병훈 대표

중앙일보

입력

by 이민영

여러분은 ‘창업’이라는 단어가 어떨게 느껴지나요? 흔히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되는 나이는 고등학교나 대학교 졸업 후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학교에 가는 10대 청소년 대부분에게 창업이란 멀게만 느껴지죠. 이런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10대에 창업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 8월 여름, 17세에 고등학교를 입학하자마자 당당히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청소년 CEO 이비온(EVON)의 유병훈 대표입니다. 그를 만나 10대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비온이 입주한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 입구에서 포즈를 취한 10대 CEO 유병훈 대표.

이비온이 입주한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 입구에서 포즈를 취한 10대 CEO 유병훈 대표.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선린인터넷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유병훈입니다. 이비온(EVON)이라는 기업을 설립해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비온은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이비온(EVON, 구 HASH SOFT)은 전기차 충전소 안내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과거에는 외주용역을 작업을 진행했으나 지난해부터 전기차 충전소 안내 앱 제작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위해 한국전력에서 1억 투자를 받아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

서울 삼성동의 한 주유소에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기가 설치되어있다. [사진=중앙포토]

서울 삼성동의 한 주유소에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기가 설치되어있다. [사진=중앙포토]

-재학 중인 선린인터넷 고등학교는 전기차, 또는 공학과 관련된 학교인가요.
“전기차는 아니지만, 저희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교육을 주로 하는 학교입니다. 회사 팀원들도 초기 멤버에서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이 선린인터넷 고등학교 학생으로 이뤄져 있어요. 같은 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팀이라 마음이 잘 맞고, 함께 토론하며 운영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에요. 이런 이유로 직원을 고용할 때 선린인터넷 고등학교 학생을 주로 선발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창업은 현재 같이 사업을 하는 친구들과 시작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 4명과 함께 창업을 시작했어요. 사업체를 만들자마자 외주를 받기 시작했죠. 그런데 외주를 받은 일이 계약서를 잘못 작성하는 바람에 파투가 났어요. 이 문제 때문에 3달 동안 밤을 새우며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죠. 그때 친구들이 “너는 너무 독단적이야. 왜 클라이언트(일을 의뢰한 고객)와 연락하는 것을 혼자만 담당해?”라며 운영방식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어요. 이후 여러 스타트업 사례를 조사해봤어요.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 한 주제에 대해 토론할 때 서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다는 것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여기서 착안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현재는 회사의 중요한 안건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런 면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 큰 장점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10대, 정확히는 17세의 나이에 창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모 회사에서 디자인 인턴십을 경험했어요.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을 가지고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한 기업체에서 3개월 동안 인턴십을 진행했죠. 저의 주업무는 상사에게 오더를 받은 내용을 디자인으로 만들어내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디자인이 창작을 요하는 분야라 그런지, 제 스타일대로 자기주도적인 일을 하지 못하니 갑갑했어요. 그래서 4명의 친구가 모여 ‘차라리 우리가 외주를 받아서 일을 하자’라고 의기투합했죠.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해시 소프트’라는 사업체가 탄생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고 사업을 진행하던 중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주세요.
“당연히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반대하셨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부모님은 제가 대학에 입학해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것을 원하셨으니까요. 하지만 건축사업을 하는 아버지께서 진심을 담아 “저는 이 일이 정말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더니, 한 번 해보라고 지원해 주셨죠.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쌓게 될 경험과 노력들이 분명히 나중에 어딘가에 쓰일 곳이 있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걸림돌이 많아요. 대한민국은 미성년자가 창업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걸림돌이 많은 것 같아요. 법인카드를 만들 때도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하고, 지금 진행하는 지원 사업의 신용카드를 직접 만들거나 쓸 수도 없어요. 심지어 학교에서도 ‘창업을 취업으로 인정해야 하느냐, 하지 않아야 하느냐’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죠. 때문에 저희 직원들은 곧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출석을 해야 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되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계약을 할 때 저희의 나이를 말씀드리면 꺼리는 눈치를 보이시는 분이 응원해주시는 분보다 많은 게 현실이거든요. 저희를 볼 때 나이가 아닌 한 기업의 대표로서 먼저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래의 고3 학생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불안감은 없나요.
“처음에는 굉장히 불안했어요. 저만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았죠. 또래의 보통 학생의 경우에는 테크 트리, 즉 나아갈 길이 정해져 있잖아요. 하지만 저의 경우는 제가 직접 길을 만들어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었어요. 물론 ‘그 작업(스스로의 길을 만드는 일)을 한 번 해놓으면 미래는 훨씬 순탄하겠지, 그렇지만 고등학년 1학년의 지식으로 시작한 내가 과연 대학교 형, 누나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부터 사업을 접자는 생각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공부하고 대학 입학해서 안전한 삶을 살까, 생각하기도 했죠. 정말 많은 사건이 있었고, 사기도 많이 당했고, 빚도 진 적이 있습니다. 다사다난한 일을 겪다 보니, 일이 생길 때마다 초심을 떠올려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처럼 저도 사업을 열심히 하면 그 친구들을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공부하는 것처럼 사업에 제 열정을 불어넣는다면 된다고요. 하지만 처음과 달리 지금은 많이 불안하지 않아요. 오히려 경제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경우도 있어요.”

-10대 창업을 꿈꾸고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요.  
“먼저 학생들을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학교에서도 점차 청소년 창업에 대한 인식개선이 되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비온이 2016년도에 서울경제창조혁신센터에 입주했는데, 이때문에 일주일에 세네 번은 사무실에서 잠을 자고 학교에 가거나 막차를 타고 귀가하는 생활을 합니다. 학교생활과 사업을 병행해야 해서요. 물론 저는 지금 제가 가장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저는 몸무게가 22kg이나 쪘고, 최근 간 수치가 좋지 않다는 진단까지 받았어요. 아무래도 건강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SNS에서 속된 말로 ‘기업 놀이’를 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요. 이에 대해 저는 내실을 더 채우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전기차 아이템을 준비하기까지 거의 1년간 외주 실무를 했고, 이에 대한 실적도 냈어요. 그런데 다른 청소년 스타트 업을 보면, 내실을 채우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가 없습니다. 이와 연관해서, ‘대표’라는 직함의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대표는 정말 멋있는 직함이지만, 이에 따르는 책임감이 어마어마합니다. 매출이 없어도 대표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어야 해요. 만약 이익이 없다면 빚을 내야 합니다. 이런 직군이 대표에요. 청소년 스타트업이 법인 기업은 아니지만, 이를 가볍게 보는 친구들을 보면 답답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창업을 하고 1년 내에 분해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물론 사업자 등록 절차가 너무 간단하기 때문에 이를 얕보고 하는 얼렁뚱땅 한 창업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포기보다는 아이템, 즉 사업 쪽에서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 역시, 쉽게 포기하지 않는 거예요. 지금의 에어비앤비 역시 2 년간의 불황을 견디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무조건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언제든지 지원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많은 학생들이 창업의 꿈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이민영(제주 브랭섬홀아시아 2) TONG청소년기자 구억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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