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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공동대처 여부가 최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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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간의 선거법협상이 마지막 줄다리기 단계에 접어들면서 민주·평민·공화 3당의 「공동대처」 합의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민정당이 소선거구 강행처리를 은근히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단일협상안을 들고 공동전선을 구축한다면 협상 자체가 새로운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야권통합, 나아가 정계구도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야권은 과연 선거법 단일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소선거구제를 주장하는 평민당이 돌아설 수 있을 것인가에 정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순직전부총재와 충청권 4의원의 탈당후에도 당지도 노선에 대한 평민당 의원들의 동요는 선거법협상 문제를 놓고 새로운 파장으로 번질 기세. 이런 흔들림은 민정당측이 소선거구 강행처리 기색을 보이자 더욱 심해지고 있다.
평민당이 처음 김대중총재의 구상대로 소선거구제를 당론으로 정했을 때 의원들은 『당공식기구 결정도 없이 어떻게 당론이 나오느냐』며 반발했었다.
그러다가 민주당이 1구2인제로 돌아서 여론의 비판을 뒤집어쓰자 의원들도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식으로 방관.
그러나 이제 민정당측이 입장을 모호히 하면서 평민당과 제휴해 소선거구제를 밀고 나올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돌자 또다시 파문이 일어난 것.
가장 고심하는 측은 비호남권의원들이지만 대통령선거와 달리 같은 지역사람끼리 싸워야하고 거기에 정부·여당의 엄청난 행정력·자금력이 가세하리란 예상에서 호남권의원들도 예외 없이 걱정하고 있다.
지난 26일 호남지역 지구당 위원장회의와 28일 아침의 초선·전국구의원 모임에서도 참석자 대부분이 중선거구제와 야권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후문.
소선거구제 고수를 주장한 사람은 허경만총무, 신기하·이영권의원 3명뿐이었다는 것인데 야권 통합과 중선거구로 분위기를 잡아 뭔가 거사를 해보려던 의원들은 회합 후 이들에게 『소선거구제 좋아한다』고 비아냥거렸고 돌아서서는 아예 욕을 퍼붓기까지 했다.
○중진의원들도 술렁거리기는 마찬가지. 이중재의원은 『연합 공천이라도 안되면 정치를 그만둘 생각』 『당이 통합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면 승복할 수 없다』는 등 비장한 각오를 비췄는가 하면, 노승환부총재도 『야당이 양김씨 것이냐』 『대통령선거때 우리가 따랐으니 이제 양김씨가 우리를 따라야한다』고 공공연히 김대중총재를 비난.
이러한 중진의원들의 발언은 갑자기 나온 것이라기 보다 뿌리 깊은 평민당의원들의 불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들인데, 특히 김총재의 심복인 이용희의원까지 『양김씨가 다 그릇이 작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군가 한 사람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해 김총재의 2선 후퇴론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l8일 이중재·이용희·노승환·최영근·박영숙씨 등 평민당 야권 협상대표들의 회동에서도 『김총재의 용퇴를 건의해야 한다 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최대표의 이의로 결론을 못내렸다는 것.
김대중총재는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또는 단체로 접촉하면서 다독거리고 재야영입을 서둘러 집안단속에 부심하고 있다.
김총재는 29일 선거법 협상대표인 노승환·김봉호의원이 민주·공화당대표들과 만나 선거법협상에 「공동대처」 할 것에 합의하자 이들을 불러 『야권공동 대처에는 참석도 말라』 『소선거구에서 후퇴하는 기색을 절대 보이지 말라』고 엄명.
김총재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해야 △민주당이 와해되고 △전국적으로 부정선거시비가 일어 춘투까지 겹치면 새로운 투쟁의 계기를 만들수 있지 않느냐는 뜻을 비췄다고 한 관계자가 귀띔.
결국 김총재의 소선거구론은 다른 「복선」을 감추고 있는 셈인데 평민당의원들의 자구노력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어서 의원들의 희망대로 1구2인의 현행제도로 궤도수정을 할 수 있을지는 계속 미지수.
○1구 2∼3인제를 결사적으로 고수하고 있는 민주당은 민정당이 그들의 기본안인 1∼3인제는 물론 소선거구제를 관철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정당이 지금 1∼3인제니, 소선거구제니 여러 소리를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본다. 소선거구제도 △여권 내부의 갈등 때문에 강행하는 체 제스처를 써보는 것이며 △야권통합 여부를 떠보기 위한 「관측기구」로 던져본 것이라는 분석.
또 민정당이 회기연장을 강행하지 않은 것도 시간을 끌어 청와대 입김이 약해지기를 기다리는 측면이 있다는 관측이다.
협상대표인 황낙주·김완태의원은 최근 2∼3인제로 타결될 것이라는 점을 「정도이상으로」 강조하고 있는데, 이들은 『민정당이 야권의 공동안으로 중선거구제가 된다면 쉽게 합의에 응할 것』이라고 단언할 정도.
황의원은 『민정당내에 소선거구제 강행론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선거구제로 이전투구의 싸움이 되면 부정선거 시비·등원거부 사태 등이 예상되는데 이런 문제들을 민정당이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
이에따라 민주당은 소선거구제가. 당론인 평민당을 어떻게 하면 선회시킬 수 있느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체로 민주당 쪽에선 「낙관」하는 분위기다.
김대중총재와 일부 의원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의원들이 내막적으론 소선거구제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조만간 「변화」가 있으리라 보고 있는 것이다.
○야당 3당이 선거법협상에서 단일협상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 여부는 협상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편 야권통합에도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은 불문가지.
우선 공동안 마련이 가능하냐가 관건인데 야당공동안 마련에 반대하는 김대중총재와 중선거구로 빨려가는 소속의원들간의 힘 겨루기에서 결판이 날것으로 보인다.
아직 여당의 태도가 불분명하고 민주·평민당의원들을 결속시키는 추진력이 잠복상태에 있는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것이 터뜨려지느냐가 문제. 의원들이 선거법에 대한 공동전선을 구축하면 이를 발판으로 「통합」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김대중총재뿐 아니라 김영삼총재도 당내 지위가 어떻게될지 모르는 판국.
두김총재쪽에서 각각 당내 진화에 나서 공동전선 노력이 다시 주춤해지고 있지만 결국 내주에는 구체적 노력이 표면으로 표줄되고야 말것이라는 예상들.
평민당의 재야영입·체제개편과 2월10일까지 매듭지어야할 선거법협상이 기폭제구실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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