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태백산맥』시『홀로서기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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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종로·교보·을지·한국출판판매·신촌·동화서적 등 시내6개 대형서점집계를 종합한 이 달의 베스트셀러에는 30권 중 11권의 책이 새롭게 순위에 진입했다. 소설의 경우 지난해 11월 출간 후 두달 동안 전국에서 3만3천5백질(6만7천부)이 팔린 조정내의 대하장편『태백산맥』(2부·2권)이 가장 눈에 띈다. 시에서는 역시 지난해11월말 출간된 서정윤의『홀로서기 2 점등인의 별에서』가 시집사상최대 베스트셀러기록(오만부)을 거듭 중인『홀로서기1』의 독자들을 고스란히 흡수, 두달 만에18만부가 팔리면서 전편과 함께 대형베스트셀러로 부상했다.
또『서울의 예수』등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상당수 고정 팬을 갖고있는 정활승의 신작시집 『새벽편지』는 지난해 10월 출간이후 문단의 좋은 평가에 힘입어 지금까지 1만 부가 팔리면서5위로 올랐으며, 강정일의『햄버거에 대한 명상』도 지난해 11월「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뒤늦게 불이 붙기 시작했다.
비시소세부문에서는 장기베스트셀러『해방전후사의 인식』3집이 1, 2집의 성공 못지 않게 출간 한달 만에 8천부를 소화, 7위로 진입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대통령선거 열기 속에 출간·재 출간 된 광주사태진상폭로서적『작전명령 화려한 휴가』『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가 비시소세부문 9, 10위에 오른 것을 비롯, 『5·18광주민중항쟁증언록』『광주보고서』, 광주사태소설선『일어서는 당』등이 각각 각 부문 20위권에 진입, 아직도 광주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증언하고 있다.
또 백기완씨의 저서『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통일이냐 반 통일이냐』 가 백씨의 대통령후보 유명세에 편승, 뒤늦게 갈 팔리고 있음도 흥미롭다.
1월의 베스트셀러를 전체적으로 분석해보면 우리독서인구가「지식인중심 성인독자층」과 「청소년층」으로 뚜렷이 양분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의 경우「독서계의 제왕」으로 불리는 이문열의 작품들을 비롯, 1·2부(전5권) 합쳐 18만 부가 팔린『태백산맥』, 20위권에 들어있는『원미동사람들』(양책자)『달빛 밟기』(임철우)
『일어서는 땀』등은 지식인 및 대학생이상 성인독자가 즐겨 찾는데 비해『꼬마철학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크눌프』『어른들은 몰라요』『광란자』등은 10대청소년들의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집 역시 마찬가지여서『새벽편지』『접시꽃당신』『햄버거에 대한 명상』『나의 칼 나의 피』(김남주)『저 쓰라린 세월』(박정만)등이 전자의 예라면,『홀로서기』『산골소녀 옥진이 시집』『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풀꽃·술잔·나비』등은 후자의 예. 비시소세부문은 대부분 10대용 에세이가 휩쓸고 있으나『해방전후사의 인식』이라든가 광주사태폭로서적들,『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새춘향뎐』등 김용옥의 저서들이 잘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성인독자층 역시 만만치 않다.
이처럼 10대 독자층이 성인독자층 만한 규모로 자리잡고 있는 현상은 몇 년 전만 해도 없었다. 10대들의 경제적 도서구입능력이 강화되고 FM등을 통한「10대 문화」의 정착이 주요 요인이겠지만 10대 취향도서가 베스트셀러를 주도하는 현상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것은 독서인구를 넓히는데 크게 기어할 수는 있으나 결과적으로「사적고백문화」나「감상주의문화」를 양산, 고급문화를 위축시키는 이른바「문화적 그레샴의 법칙」을 낳기 때문이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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