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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공단에도 "증권바람"|"사면 돈 번다"…너도나도 증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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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증시호황의 바람이 전국을 휘몰아치고 있다.
떼돈을 벌기 위해 샐러리맨은 물론 농민·근로자·중소기업인까지 증시로 몰려들고 있는가하면 가만히 앉아서 몇달새 억대재산을 움켜잡는 벼락부자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근로자와 유동인구가 많은 울산·마산 등 공단주변과 전주·청주등 다소 보수성을 떤 지방도시까지 확산, 이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주가 얘기가 시중화제의 줄기를 이루고 있다.
28일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6백33·38.
지난해「6·29」직전의 주가가 3백90선에 머물던 것과 비교하면 7개월 동안 60%, 지난 연초에 비해서도 무려20% (종합주가지수로는 1백8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요즘 증시의 가장 큰 특징가운데 하나는 전국적인 열기현상.
부산·대구·광주는 물론 울산·마산 등 공단지역과 전주·청주 등 농촌중심지마저 증권사점포에 전화를 걸거나 투자상담을 해오는데 증권사 직원들은 일일이 대꾸하기도 힘든 정도.
공단지역에서는 우리사주·근로자 증권저축 등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반면 농촌을 낀 곳에서는 국민주보급에 따른 농어가 목돈마련저축에 질문이 집중된다는 것.
개중에는 땅 팔아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전주에 사는 S모씨(42)의 경우 3천여평의 과수원을 판돈 가운데 2천만원으로 마침 1만1천원짜리 은행주를 사들여 짭잘하게 재미를 보았다는 것.
경기도 고양군에서 한우를 키우던 K모씨(36)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작년초 소를 팔아치우고 5백만원을 증권저축에 가입, 50%정도 수익을 보았던 것.
근로자 경우에는 우리사주에 가입, 5∼20주 정도를 배당 받은 것을 계기로 주식에 눈뜬 사람이 많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44개회사가 기업을 공개, 1만여명의 근로자에게 대부분 액면가로주식을 배정했다.
○…주식으로 인해 하루 몇백만∼몇천만원씩 떼돈을 버는 벼락부자들도 부쩍 늘고 있다.
중견수출업체사장인 K모씨(48)는 지난해1월 5억원을 가지고 대우증권·제일은행을 집중매입 했다가 현재 8억5천여만원으로 돈을 물렸다.
부동산에 관계한다는 P씨(56)도 요즘 객장에 나가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건설업종이 싼 값일 때인 지난해3월초 대림산업을 7천7백10원에 샀다가 8월에 재빨리 갈아타는 바람에 투자액의 2배인 6억원을 남겼기 때문.
서울에서 상당히 큰 점포를 맡고 있는 L부장(41)은『이런 사람들이 열 손가락을 몇 번 꼽을 정도로 있다』며『돈 씀씀이도 커서 고급승용차를 타고 함께 사우나에 가거나 고급 룸살롱에 가면 보통사람의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대접받을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벼락부자가 된 기분을 갖는 것은 증권회사직원들도 마찬가지.
D증권 S지점장(39)의 경우 지난 70년 대말 기업공개시 자기 앞으로 떨어진 2천주가 현재 주부 4만∼5만원을 맴도는 바람에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현금도 2억∼2억5천만원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드릴 속에 하루를 보낸다.
○…증권가의 돈 바람을 타고 창구 혼잡을 이용한 사기와 네다바이 수법도 등장하고있다.
S증권 Y지점에서는 지난해말 3백만원짜리 수표를 맡긴 사람이 갑자기 예탁금을 현금으로 내달라고 요구, 창구직원이 수표를 조회해본 결과 분실수표이더라는 것, 그 고객은 이미 자리를 총총히 사라진 뒤.
또 H증권Y지점에서는 몇백만원의 예탁금을 내주고 난 뒤 뒤늦게 진짜 고객이 나타나 인출을 요구, 한바탕 소동을 빚고 결국 창구직원이 변상했던 일도 있었다.
이같이 다소 허수룩해 보이는 수법이 통하는 것은 바로 거래량 폭주와 고객상담이 바빠 제 정신을 차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부 서울 및 지방점포에서는 일이 바빠 새벽 2∼3시에 직원들이 퇴근하는 것은 물론 과로로 드러눕는 사례도 심심치않다.
이 같은 증시과열은 과연 정상인가, 또 어디까지 갈 것인가 투자자나 정부당국자·증권관계자들 모두 곰곰 생각해볼 문제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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