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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년 3월부터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한다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서울 강남역을 오가는 6427번 광역급행버스(M버스)의 배차 간격은 30분에서 1시간이다. 하지만 낮에 이 버스를 타려면 2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광역버스 회사가 김포시로부터 인가받은 버스 대수는 6대지만 실제로는 2대만 운영하고 있어서다.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 협약 체결 동의안 27일 의회 통과 #24개 시·군 중 성남·고양 제외한 22개 시·군 참여 #서울 등 오가는 111개 노선 1156대 광역버스가 대상 #기사부족으로 버스운행 줄어 시민이 겪는 불편 등 감소

 김포 대명항에서 서울 영등포를 오가는 8000번 M버스도 사정이 비슷하다. 인가받은 버스(15대)의 절반만 운영하면서 15분 정도인 배차 간격은 40분 이상으로 늘었다.

경기도청 전경 [사진 경기도]

경기도청 전경 [사진 경기도]

이직 등으로 버스 기사 수가 부족해서다. 김포시 조성춘 교통행정과정은 "김포지역은 한강신도시 등 택지개발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대중교통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인천에 비해 운전기사들의 급여와 처우가 열악해 버스 기사들의 이직률이 무척 높다"며"운전기사 수가 부족해 버스를 운행하지 못하면서 시민들도 많이 불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인천지역의 버스 기사 근로시간은 2교대로 9.5시간이지만 김포지역 기사들은 격일로 19~20시간씩 일하고 있다고 한다. 임금(시급)도 서울은 9173원이지만 김포시는 6208원 정도다.

 지난 2월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도내 시내버스 운전자들은 격일제로 근무하면서 월 16.4일, 일일 평균 16.5시간을 일하면서 월평균 293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월평균 근로시간은 270.6시간이나 된다.

 반면 서울시 시내버스 운전자들은 '1일 2교대' 방식으로 근무하면서 월 22일, 하루 평균 9시간, 월평균 198시간 일하고 월평균 385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인천시 시내버스 운전자들 역시 '1일 2교대' 방식으로 월 22일, 하루 9시간, 월 평균 198시간가량 일하면서 평균 308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경기도가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이유다.

 경기도 상생협력 토론회 당시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상생협력 토론회 당시 모습 [연합뉴스]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경기도에도 광역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된다.
경기도의회는 27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재석 의원 99명에 찬성 67명, 반대 25명, 기권 7명으로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 협약 체결 동의안'을 의결했다.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위해 경기도와 각 시·군, 경기도 버스운송사업조합이 협의해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고 예산을 분담하는 내용이다.

준공영제 시행시기는 표준운송원가 협상 완료와 함께 버스운송비용 정산시스템의 운송실적 검증 및 정산기능이 가동될 수 있는 때로 정했다.

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경기도는 광역버스 준공영제에 참여하기로 한 22개 시·군과의 협약 체결, 예산안(540억원)과 관련된 조례안 처리 등 나머지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임성만 경기도 굿모닝버스추진단 과장은 "표준운송원가 협상, 각종 가이드라인 마련 등 향후 절차를 고려할 때 내년 3월 쯤 본격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경기도지사 집무실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버스 준공영제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지난달 24일 경기도지사 집무실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버스 준공영제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버스 준공영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업체의 적정수입을 보장해주는 대신에 노선 변경이나 증차 등에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제도다. 2004년 7월 서울에서 처음 시작됐고, 부산·대전·대구·광주·인천이 뒤따랐다.
버스 준공영제에는 경기도에서 광역버스를 운행 중인 24개 시·군 가운데 성남시와 고양시를 제외한 22개 시·군이 동참한다. 성남·고양시는 재정 부담과 일반버스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불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경기도에선 전체적으로 160개 노선에 2045대의 광역버스가 운행 중이며 준공영제는 111개 노선 1156대(56.5%)에 적용된다.

경기도는 각 시·군과 재정을 분담(경기도 50%, 시·군 50%)해 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한다. 모든 시·군이 광역버스 준공영제에 참여할 경우 경기도가 각 시·군에게 광역버스 인·면허권을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경기도가 참여를 원하는 22개 지자체와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동의를 얻은 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가 도와 도의회, 시·군, 시·군의회 등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에서의 논의를 제안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23일 열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정기회의 모습. 이날 경기도의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놓고 시장·군수들은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좀 더 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사진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지난달 23일 열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정기회의 모습. 이날 경기도의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놓고 시장·군수들은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좀 더 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사진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이후 어렵게 구성된 4자 협의체에서는 몇 차례 회의를 통해 광역버스 준공영제 도입에 대한 문제를 논의했지만, 진전이 없다가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경기도는 이날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 협약 체결 동의안이 의결되자 "경기도민의 안전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며 "광역버스는 운전자의 과도한 근무시간과 많은 입석 승객, 고속도로 운행 등으로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안요소다. 차질없이 준비하겠다"는 환영 논평을 냈다.

그러나 같은 운수회사에 근무하더라도 광역버스와 일반버스 기사 간 처우에 차별이 생길 수 있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데도 적자를 보전받다 보니 버스회사가 경영 개선에 큰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실제로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 등 전국 6대 도시의 2004년 이후 13년간 투입된 지원금은 5조7806억원에 이른다.

경기도 관계자는 "먼저 광역버스를 대상으로 준공영제를 도입한 뒤 문제점 등을 파악, 개선 한 뒤 시내버스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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