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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뒤에 숨었나, 새로운 소통법인가…靑 '국민청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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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6일 청와대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통해 '친절한 청와대'라는 이름으로 23만 명이 청원한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답변을 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6일 청와대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통해 '친절한 청와대'라는 이름으로 23만 명이 청원한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답변을 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6일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낙태죄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의견이 23만 건을 넘어서자 조 수석이 나서 직접 답한 것이다.

‘일방향’ 논란 청와대 소셜미디어 #野 “방송국 차리냐” 카메라 예산 삭감

문제는 청와대가 입장을 밝히는 방식이었다. 조 수석은 청와대 춘추관(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를 하지 않고 대신 동영상을 촬영한 후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의 청와대 채널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기자실에 올 경우 최근 논란이 된 청와대 인사검증 문제라든가 검찰의 전방위 사정(司正), 정권 차원의 적폐청산 작업 등에 관한 질문이 나올 것을 우려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조 수석은 정부 출범 보름 만인 지난 5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제고 방안’을 직접 발표하기 위해 춘추관에 온 뒤 기자단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에 출연한 박수현 대변인의 모습 [사진 캡처]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에 출연한 박수현 대변인의 모습 [사진 캡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청와대 소통 노력은 방송국 수준의 자체 영상을 제작하는 방향까지 향해 있다. 당초 청와대는 출범 초기에 자체 방송을 제작하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부에서도 반대가 나오자 청와대의 페이스북 계정(TheBlueHouseKR)을 통해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으로 수준을 낮췄고, 지난 3일부터 매주 월요일~금요일 오전 11시 50분에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나와 뉴스를 진행하듯이 소식을 전하거나 KBS 아나운서 출신인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다른 출연자와 함께 대담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등이 나와 소관 부처의 핵심 정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형식은 ‘쌍방향 소통’이지만 실질적으론 ‘일방향 전달’하는 도구로 페이스북 등을 활용하면서 국회에선 이동식·고정식 카메라를 포함한 청와대 홍보 예산안에 대한 제동이 걸렸다.

지난 21일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회의실 앞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1일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회의실 앞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조정소위에선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위한 영상기자재 구입 경비(5억5700만원)’ 등 청와대가 영상 촬영을 위해 장비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청와대에 방송국을 차리는 게 아니잖느냐. 무슨 카메라를 사고 그러느냐. 이해가 안 된다”고 했고,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카메라 배터리, 이런 게 없어서 (촬영이) 안 되고 있느냐. (청와대에서 이미) 영상 제작해서 되고 있다.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에서 운영하고 있지 않느냐. 왜 이렇게 돈을 쓰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청와대에 있는) 영상시스템 장비가 노후화된 것들이라 새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국 기존 청와대 예산안에서 카메라 렌즈 5개 구매 비용 등 6억7000만원을 삭감하기로 이날 회의에선 마무리됐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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