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결정에 이목 집중|권인숙양 재정신청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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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천서 성 고문사건의 재정신청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재항고심 결정이 1년2개월만에 내려질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고문시비가 일었던 민청련의장 김근태씨(41)의 재정신청사건도 지난해 1월19일 서울고법에 접수 된 이후 1년이 넘도록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채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두 사건 모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 된데다 재정신청사건에 대한 처리 전례가 없어 법원·검찰관계자들은 스터디 케이스로 대법원의 결정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재정신청사건이 어떤 법 절차를 밟게 되는지 알아본다.
◇파기환송=원심인 서울고법에서 권인숙양(24·서울대의류4 제적)과 변호인단이 낸 재정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이를 잘못이라고 판단할 경우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내게된다. 이 경우 서울고법은 당초와는 다른 재판부가 처리하게 되며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대법원 결정이 기속력(기속력)이 있기 때문에 재정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법원의 원심파기 이유는 일반적으로 ▲심리미진 ▲법리 오해 ▲사실오인 등 3가지. 법원 관계자들은 원심이 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하고도 기각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파기한다면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법리오해」정도의 이유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심인 서울고법은『문귀동형사가 조사중 권양의 바지 지퍼를 내리도록 했으며 상의를 모두 위로 올리고 가슴과 허리부위를 어루만지는 등 여성의 성적 수치심을 자극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고 용서를 빌고 있으며 이미 파면처분과 여론에 의한 지탄으로 형벌이상의 고통을 받은 점등을 감안할 때 기소유예 처분한 검찰조치는 정당하다』 고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정상론을 내세워 기각했었다.
대법원에서 파기된 후 서울고법이 이를 받아들이면 서울고법은 결정문에 공소장의 기재사항을 써넣어 7일 이내에 관할 인천지법으로 송치해야 한다. 또 사건이 재판에 회부되면 인천지법은 변호사 중에서 특별검사를 지정, 공소유지를 맡도록 하며 특별검사는 확정될 때까지 검사로서의 직권을 행사하게 된다. 특별검사는 재판장의 승인을 받아 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가지며 재판장은 특별검사가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면 다른 변호사로 교체할 수 있다.
◇파기자판 (자판)=대법원은 증거조사 등 새로운 심리가 필요 없다고 인정될 때 자판할 수도 있으며 이 사건의 경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보낼 필요 없이 결정문에 문형사를 재판에 회부토록 해 인천지법으로 직접 보내게 되지만 전례가 없어 가능성이 희박하다.
◇기각 결정=대법원이 재항고를 기각하면 이 사건은 일단락 되고 구속 등 문형사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능해진다.
형사소송법 상 재정신청시기가 된 사건은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 소추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262조2항).
◇검찰 입장=대법원에서 파기되고 고등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검찰이 이 결정에 불복, 즉시 항고를 다시 대법원에 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 의견. 재정신청사건에서 검찰이 대립적 당사자가 아닌데다 재정신청은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예외적 제도란 입법취지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대법원에서 파기되면 법 절차에 따른 재판회부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 문형사를 기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이미 문형사가 재판에 회부된 이상 원심인 서울고법은 소(소)의 실익이 없으므로 각하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게된다.

<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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