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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명까지 해 땅 주인 행세…매매 계약금 2억 3900만원 가로챈 일당 기소

중앙일보

입력

수십년간 관리 안 된 땅의 주인과 똑같은 이름으로 개명해 주인 행세를 하며 땅을 팔아치우려던 일당 7명이 기소됐다. 이들은 매매 계약금으로 2억 3900만원을 받고, 땅을 팔기 직전에 범행이 발각됐다.

'간 큰' 사기단…법원 개명 결정문, 제적등본 등 위조해 국가 상대로 소유권 확인 소송 제기하기도

[사진 서울북부지검 홈페이지]

[사진 서울북부지검 홈페이지]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정진우)는 땅 소유자 이름으로 개명해 범행에 가담한 김모(70)씨를 구속, 사기 등 혐의로 주범 신모(67)씨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주범 신씨와 법원의 개정 결정문 위조범인 홍모(55)씨 등 이번에 불구속 기소된 3명은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 등은 1984년 7월 전까지 땅 소유자의 주민등록번호가 토지등기부의 필수 기재사항이 아니었던 점을 노려 범행 계획을 세웠다.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과거 조선총독부의 토지조사부를 열람하고, 이와 등기부·토지대장 등을 일일이 대조해 수십년간 소유권 변동이 없는 땅을 물색했다.

현장답사 등 3개월의 물색 끝에 이들은 경기도 파주에서 범행 대상인 임야 5만㎡를 찾아내고, 2015년 10월, 법원의 개명 결정문을 위조해 성이 같은 김씨를 땅 소유주의 이름으로 개명시켰다.

이어 그해 12월, 이들은 계약 과정에서 매수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법무법인 사무장을 끌어들였고, 해당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18억원의 매매계약을 체결해 계약금으로 2억 39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23억원에 달한다.

이들의 범행은 등기소 직원에 의해 발각됐다. 매수인의 의심을 없애고자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주민등록초본을 허위로 작성해 해당 토지 인근에 과거 살았던 것으로 꾸몄다가 등기소 직원에게 이같은 허위 기록이 들통난 것이다.

한편, 신씨 등 주범 일당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를 상대로도 사기 행각을 벌이려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를 상대로 해당 토지 일부 면적에 대한 소유권이 김씨에게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지인 정모씨의 제적등본을 위조해 그를 1940년대 해당 토지의 첫 소유자의 후손으로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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