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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태어나고 변화하는 영웅

중앙일보

입력

슈퍼히어로 영화의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입니다. 그런데 슈퍼히어로 물을 제대로 보려면 나름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알고 있나요. 슈퍼맨·아이언맨·배트맨·스파이더맨 등 수많은 슈퍼히어로가 등장한 배경을 알게 되면 영화가 한층 더 재미있어지거든요.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에게서 슈퍼히어로의 탄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전종현(서울 행당초 6)·박준혁(경기 구봉초 6)·박민혁(경기 구봉초 4) 학생기자

(왼쪽부터)박민혁·전종현·박준혁 학생기자가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왼쪽에서 셋째)에게 슈퍼히어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숨은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부터)박민혁·전종현·박준혁 학생기자가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왼쪽에서 셋째)에게 슈퍼히어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숨은 이야기를 들었다.

슈퍼히어로 등장의 배경
슈퍼히어로 중에 가장 먼저 나온 게 뭘까. 슈퍼맨이야. 1938년 디텍티브 코믹스(이하 DC)에서 나오는 만화잡지 ‘액션 코믹스 #1’에 처음 등장했지. 그 전까지는 슈퍼히어로라는 개념이 없었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슈퍼맨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이 있다는 거야. 1930년대 미국은 대공황 시대였어. 갑작스럽게 경제 성장을 하면서 계층 간에 소득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았지. 상위 5%가 전체 소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현상 때문에 국민은 구매력이 없어졌고 시장에는 돈이 돌지 않았어. 실업률은 높아졌고, 기업은 줄줄이 파산, 마피아 등 갱스터들의 불법 행위가 사회 전반에 만연했어. 그럼 사람들은 누굴 원할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줄 영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겠지. 그때 DC에서 크립톤 행성에서 온 슈퍼맨을 내세운 거야. 슈퍼맨은 초인적 영웅이야. 외계인이니까 하늘도 날고 시간을 돌리기도 해. 이렇게 슈퍼맨은 사람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게 됐어.

그러자 DC는 또 다른 히어로를 만들어보자 생각했어. 이번엔 몇 가지 조건이 붙었어. 첫째 지구인일 것. 둘째 현실 능력을 가진 히어로일 것. 즉 돈이 아주 많은 재벌이라 그 돈으로 초능력을 만들 수 있을 만한 사람이야. 또 슈퍼맨은 낮에는 평범하게 회사에 다니잖아. 그럼 밤에 일하는 히어로는 없을까 DC는 고민했지. 그러다 1939년 만화잡지 '디텍티브 코믹스' 27호에 처음 배트맨을 선보였어. 배트맨은 어릴 때 부모가 총에 맞아 죽은 후부터 사람들을 무서워하고 대인기피증 때문에 숨어 지내며 밤에만 움직여. 낮에는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은 성공한 기업인이고 밤에는 배트맨이 돼서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히어로가 되지.

DC와 더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마블코믹스(이하 마블)는 1939년 타임리코믹스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가 1961년 마블로 이름을 바꿨어. 마블의 인기 캐릭터 대부분이 6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1941년에 만들어진 캐릭터가 있어. 당시는 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전했던 때야. 이 무렵 미국의 적은 누구였을까. 맞아 독일의 나치, 히틀러지. 나치에 저항하려고 만든 히어로가 바로 캡틴 아메리카야. 그는 독일군한테 대항하는 미군이지. 이렇듯 히어로는 그 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요구했던 것을 담아낸 존재로 만들어졌지. DC에서 만든 여자 히어로도 있어. 바로 '원더우먼'(1941년)이지. 캐릭터를 만든 윌리엄 몰턴 마스턴 박사는 "슈퍼맨처럼 강인한 초능력과 함께 여성의 강점인 선량한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캐릭터를 창조함으로써 여성을 진정으로 해방시킬 수 있다"고 말했어. 19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엄청난 수의 히어로가 나왔는데, 그 시대를 골든에이지라고 해. 금처럼 비싸고 좋은 히어로들이 많이 나왔던 시대라 할 수 있어.


인간적인 히어로의 등장
1950년대 미국에서는 반공산주의 바람이 불었어. 반공산주의 성향이 강한 집단에서 자신들과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사람이나 집단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일이었지. 이걸 매카시즘이라고 하는데, 슈퍼히어로에도 영향을 줬어.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고 만화만 보게 해 세상을 혼란시킨다는 비판을 받았지. 결국 슈퍼히어로 인기도 주춤해졌어. 마블이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기획한 건 이 무렵이야. DC의 슈퍼히어로는 그 시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사람을 형상화한 영웅이었어. 히어로로 태어났으니까 히어로가 된 케이스야. 그런데 마블에선 영웅이 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이 사고 등을 통해 의도하지 않게 영웅이 돼. 예를 들어 1962년 만화잡지 '어메이징 판타지'에서 처음 소개된 스파이더맨을 볼까. 찌질한 고등학생이 방사능에 노출된 거미에 물려 어느 순간부터 몸이 벽에 붙어서 안 떨어지고 손에서 막 거미줄이 나와. 마블의 부흥을 알렸다고 평가받는 '판타스틱4'(1961년)는 우주탐사 중 우주방사선에 쏘여 천하무적 돌연변이가 되지. 이들은 히어로임에도 동시에 인간적이야. "나는 히어로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왜 이렇게 됐지." 고민하며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그 고민을 인류를 구원하는 일로 극복하는 거야.

마블은 지금도 재미있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어. 주인공들을 다양한 인종으로 등장시키는 거야.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이 내년 말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주인공은 피터 파커가 아닌 흑인소년 마일즈 모랄레스라고 공식 발표했어. 애니메이션은 기존에 개봉한 영화의 세계관과 상관없이 별개로 진행한다고 해. 다음에서 연재했던 마블의 최초 웹툰인 ‘어벤져스: 일렉트릭 레인'(2014년10월~2015년 2월 연재)에도 구미호를 기반으로 한 한국 여성 히어로 ‘화이트 폭스’가 나와. 언젠가는 ‘어벤저스’ 영화에 화이트 폭스가 등장할 수 있을 지도 몰라. 그런데 마블은 다양한 인종 중에서도 왜 한국 캐릭터를 만든 걸까? 영화 ‘어벤저스’의 전 세계 흥행성적을 보면 한국이 상위권이거든. 바뀐 세상을 만화나 영화에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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