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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테러' 후폭풍 여전한 정의당 “하루에 100통 항의 전화 받은 사람도 있어”

중앙일보

입력

정의당 홈페이지 캡쳐.

정의당 홈페이지 캡쳐.

이국종 아주대 교수에 대한 '인격 테러'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김종대 의원과 정의당이 여전히 속앓이하고 있다. 김 의원과 이정미 대표가 공식 사과를 했지만,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신을 정의당 당원이라고 밝힌 사람은 26일 당 게시판에 ‘종대 형님에게’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국종 교수는 국내 외과의 문제 때문에 어떻게든 주목을 받아야 하고 병원에도 보탬이 돼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을 것"이라며 "종대 형님도 국방 분야에서 이국종 교수 같은 처지에 오래 계신 분 아니냐. 어떻게든 주목받지 못하면 그냥 사라질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있지 않느냐"고 썼다. 그러면서 "이 교수에게 찾아가 말씀 잘해서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라”고 권했다.

앞서 24일에는 “김종대 의원님, 원내 대변인직을 사퇴할 것을 건의합니다”라는 글도 올라왔다. “당원으로서 창피하고 자괴감이 든다. 탈당할지 말지 고민하겠다” “탈당한다. 실망스럽다” “지방선거 말아먹으려고 이런 빌미를 주느냐”는 글들도 있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왼쪽)과 이국종 아주대 교수. [중앙포토]

김종대 정의당 의원(왼쪽)과 이국종 아주대 교수. [중앙포토]

이국종 교수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하던 중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의 수술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술경과, 병사의 상태를 브리핑하며 기생충, 분변, 옥수수 등의 단어를 썼다. 김종대 의원은 이를 두고 "북한군 병사가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 이 병사를 통해 북한은 기생충의 나라, 더러운 나라, 혐오스러운 나라가 됐다.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두 차례 걸쳐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김 의원의 '인격 테러' '의료법 위반' 발언 이후 정의당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지난주 내내 홍보팀은 하루에 항의 전화를 많게는 100통씩 받았고, 당직자들도 70여통 안팎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며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항의 전화는 대부분 "사과하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에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대표단은 공식으로 사과를 표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고 김 의원도 수긍해 22일~23일 라디오 등을 통해 사과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항의가 계속됐다. 당 관계자는 "'그게 사과냐' '사과를 하려거든 제대로 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김종대 의원 본인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과했는데, 발언의 파급력이 있다 보니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지난해 7월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한 성우의 목소리를 삭제한 게임회사 넥슨을 비판하고 나섰다가 탈당 사태를 겪었다. 지난 7월에는 한 당원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공식 사과하고 당원을 징계하기도 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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