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감사보고서에 ‘경영 리스크’도 담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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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19년부터 상장사의 감사보고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된다. 회사 경영의 주요 리스크 요인에 대한 감사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감사보고서에 쓰는 ‘핵심감사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유동성 부족, 노조 파업 등 포함 #2019년부터 핵심감사제 시행 #회계담당자 실명제도 함께 도입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의 ‘2017 회계개혁 태스크포스(TF)’ 중간 논의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지난 9월 외부감사법이 국회에서 개정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금까지는 감사인은 감사의견을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 거절 등 단답형으로 감사보고서에 담았다. 회계처리 기준에 따라 재무제표가 잘 작성됐는지만을 따지는 데 그쳤다.

앞으로 핵심감사제(Key Audit Matters)가 전면 도입되면 감사인은 핵심감사 내용을 구체적인 서술형으로 감사보고서 앞부분에 작성하게 된다. 핵심감사제는 이미 영국 등 유럽 국가와 싱가포르에서도 도입한 제도다.

핵심감사제

핵심감사제

핵심감사의 범위엔 별다른 제한이 없다. 기업의 재무상황에서 중요한 리스크라면 무엇이든 핵심감사 항목이 될 수 있다. 예컨대 기업의 유동성 부족이나 중요자산 처분, 노조 파업, 특허 만료, 무형자산의 손상평가 등이 모두 핵심감사 항목이 될 수 있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에서 미래의 불확실성과 관련된 요인들을 거론할 수 있게 된다”며 “감사인의 통찰을 정보이용자에 전달하고 기업엔 해당 내용 공시를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감사제는 상장사에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우선 2019년(2018년 사업보고서)엔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상장사 150곳(코스피 147, 코스닥 3)이 적용대상이다. 이후 2020년엔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973곳), 2021년엔 1000억원 미만(835곳)까지 모두 도입된다.

이미 건설업·조선업 같은 수주산업에는 2016년 사업보고서부터 핵심감사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핵심감사 항목을 5개로 한정한 데다, 강제성이 없는 실무지침일 뿐이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는 핵심감사제가 회계감사기준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기업이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만약 감사인이 핵심감사 항목으로 정한 내용에 대해 기업이 자료제출 등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감사인은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의견 거절’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표준감사시간제’도 내년 11월 도입된다. 일정 시간 이상의 감사시간 투입하도록 공인회계사회가 업종별 표준감사시간을 정하는 제도다. 적정 수준의 감사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동시에 이를 지키지 않은 감사인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공인회계사회의 자체 징계 대상이 된다. 감사시간이 표준시간에 한참 미달하는 감사인은 등록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상장회사의 회계담당자 정보를 좀 더 구체적으로 공시하는 ‘회계담당자 실명제’도 도입된다. 지금은 회계처리 담당 이사(CFO)와 회계담당부서 부서장의 이름과 직책만을 사업보고서에 공시한다. 앞으로는 회계 관련 경력, 교육실적 같은 회계 역량을 확인할만한 정보도 함께 작성해야 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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