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귀결"·"떨어질게 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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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 소선거구 선회에 의원들 희비교차>
전면 소선거구로 민정당 당론이 선회하고 있다는 보도가 총선을 앞둔 각 정당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의원들은 여야 할것 없이 삼삼오오 모여 선거법 협상방향을 주시하고 있고 정치 지망생들의 촉각도 바짝 곤두서 있다.
벌써부터 출마 포기설에 야권 통합설 등 온갖 소문으로 정가가 온통 술렁거리고 있다.
○…선거법 협상이 각 정파간 이해대립으로 결국 안정다수의석도 확보하고 명분도 있는 소선거구제로 결말이 날 전망이 짙어지자 민정당 의원들간에도 희비가 엇갈리는 묘한 분위기.
여권수뇌부의 지배적 분위기가 순수한 1구 1인선출의 소선거구제로 선회하자 여당이 전통적으로 강세인 농촌 및 중소도시 출신들이 『새 시대가 출범하는 마당에 당연한 귀결』이라고 느긋해하는 반면 서울등 대도시와 호남출신 의원들은 고위당직자들에게 선거법 협상의 향방을 염탐히는등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
특히 민정·평민당간 협상에서 다소 진전이 있는 것처럼 협상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출신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여당 수뇌부가 정말 민주당을 따돌리고 평민당과 제휴해 소선거구제를 밀고 갈 심산인가』, 『지도부의 의중이 뭔지 시·도 지부장들이 알아보라』는 등 과민반응.
서울의 모의원은 『소선거구제로 안정다수 의석을 확보할지는 몰라도 서울등 대도시에서 참패하면 새정권의 모양이 우습게 될 것이 아닌가』라고 「모양논」을 전개했고, 또다른 의원들은 『소선거구제로 선회할 경우 결국 야권을 통합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게 아닐까』라고 말해 은근히 소선거구제 부가론을 개진.
특히 김대중씨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호남출신 모모의원들은 공공연히 『소선거구제로 하면 떨어질게 뻔한데 뭣하러 출마하겠느냐』는 등의 극단적인 출마 포기론을 펴는 체념적 읍소(?)로 소선거구제부가 공론형성에 진력.
그러나 서울 등 대도시와 호남의 극소수 의원들은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다가 인물로 보나 조직·자금으로 보나 소선거구제로 해도 충분히 싸워볼만하다』며 『5년간 정권이 보장된 터이므로 전력투구하면 대도시에서 반쯤. 호남에서도 최소한 30%쯤은 당선될 수 있다』고 반론.
전남의 김모의원은 『지난 대통령 선거때는 정권향방이 불확실한데다가 호남에서는 김대중씨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여서 관과 경찰이 중립적 또는 친 김대중씨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어 관과 경찰이 평민당측의 무리한 선거운동을 수수방관 할 수없게 되어 있다』고 상황 변화론을 전개.
그는 『특히 대통령 선거때는 조그마한 충돌이 전국적 문제로 비화,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꾹 참았지만 지역싸움이 다가올 총선거에서는「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으로 강력히 대응할 결심』이라며 자신감을 피력.
영남·강원·충청출신 의원들은 『현행제도보다 소선거구제로 하면 다소 싸움이야 치열하겠지만 그후의 조직관리 등 측면에서보면 백번 소선거구제를 하는게 낫다』는 공통적 반응.
또 『변혁기에 소선거구제로 밀고 나가 차제에 정계개편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도 한 득책』이라고 보는 시각도 의원들간에 적지않아 수뇌부의 소선거구제 선호를 뒷받침.
○…당론을 소선거구에서 중선거구로 바꾼 민주당의 현역의원들은 민정당의 소선거구 검토설에 아연 긴장. 선거법 협상대표로 나섰던 황낙주의원은 『내막적으론 그렇지 않은데 속사정 모르는 폭이 놀아나고 있다』고 아예 짜증을 버럭 내기까지 했다.
황의원과 협상대표인 김완태 정책심의회의장은 1구 2인제 협상이 갈 되어가고 있다고 당지도부에 보고까지 했다는 것.
지난 21일 협상때 서울 성동·구로, 성남 등 몇 곳만 1구3인으로 하고 나머지는 1구2인으로 거의 의견 접근이 됐고 다만 전국구 배분에서만 결론이 안났을 뿐이라고 주장.
민주당측은 민정당이 제1당에 우선 전국구 3분의1을 배분하고 나머지를 다시 의석·득표비율로 배분하는 방안, 제1당에 5분의 3을 주는 방법까지 내놓았다고 귀띔.
한 당직자는 『민정당이 타당에서 입당시킨 사람들의 불만,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심화되는 등 집안사정이 복잡하니까 한번 흘려보는 소리일것』이라며 어디까지나 민정당의 내부 진정용이라고 추측.
그러면서도 여러 채널을 통해 민정당의 진정한 의도를 타진하느라 부심. 1구2인제로의 당론수정 주역인 김현규 총무는 『소선거구제로 통과시키려면 시켜보라지…. 그렇게는 잘 안될것』이라고 저지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뾰족한 대책도 없는 눈치.
한 당직자는 『민정당이 민주당 중심으로 물건이 되어가는 듯 하니까 평민당과 합작해 우리를 돌려먹겠다는 술책』이라면서도 『민정당이 정말 소선거구로 가면 1구 2인제를 주장한 우리는 속보이고 뺨맞는 꼴만된다』고 걱정.
그러나 당지도부도 민정당이 끝내 그렇게 하겠다면 어쩔 수없는 것이므로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는 각오.
박종률 사무총장은 『소선거구로 할 경우 이번 총선은 볼만한 선거가 될것』이라고 예고.
○…평민당지도부는 우왕좌왕한 민주당에 비교해 소선거구로 당론을 밀고 나온게 잘됐다고 통쾌해 하고 있으나 호남출신을 포함한 의원 개개인은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고, 특히 중부권 의원들은 아예 속수무책의 절망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다만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진 정치 희망자들은 큰 기대감에 더욱 분주한 움직임.
당지도부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1위 득표지역이 초구 (민주당 35구)였던 점을 들어 「제1야당」은 문제없다고 자신. 다만 필사적으로 관권·금권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여당의 공세가 문제일 뿐이라는 것.
그러나 소속의원들은 걱정이 태산인데 김현수의원 같은 이는『호남의원이나 몇명 당선시키자는 것이냐』고 노골적인 불만.
몇몇 의원은 민주당측에다 넌지시 1구2인제 선거법을 관철시키라고 「고무」하기도 했다는 소문.
특히 1구2인제에서 가까스로 당선된 충청의원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어떤 의원은 출신지를 민정당 후보가 약한 곳으로 옮겼다는 것.
이미 일부에서는 야권통합, 연합공천을 주장하고 있는데 한중진 의원은 『이제는 어떻게든 야당이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안된다』며 박찬종의원 등 무소속 5인 의원등이 추진하는 신당 추진파가 활기를 띨것으로 전망.
○…공화당은 전면 소선거구제가 실시될 경우 원내 교섭단체도 구성못하는 군소정당이 될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용채 사무총장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중선거구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공화당의 아성이랄수 있는 충남지역에서조차도 3∼4석 밖에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용직대변인은 『소선거구제가 실시되면 야권전체가 망한다』며 『이렇게 되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야권에서 무슨 묘수를 찾지 않겠느냐』고 야권통합이나 연합공천을 위해 공화당이 앞장실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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