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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 "한미 FTA 폐기" 요구…정부, "농업 추가개방 없다"

중앙일보

입력

'한미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가 22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렸다. 장진영 기자 / 20171122

'한미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가 22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렸다. 장진영 기자 / 20171122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농업 부문을 추가 개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농민단체들은 불공정한 FTA 협상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상 자체를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22일 한미 FTA개정협상 농축산업계 간담회 #전농·한우협회 등 참석해 파행 없이 진행 #산업부, '농업 레드라인' 방침 재확인 #오는 12월 1일 2차 공청회 개최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서울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 10일 열린 1차 공청회가 농민단체들의 반발로 20분 만에 파행을 빚은 지 12일 만이다.

 농민단체들은 한미 FTA발효 이후 피해가 막대하다며 아예 협상을 폐기하라고 강조했다. 김홍길 전국 한우협회장은 “한우 농가 수가 한미 FTA 이전 18만 호에서 지난해 8만 호까지 반 토막 아래로 떨어졌다”면서 “이처럼 피해가 막대한데도 정부 대책은 소 한 마리당 1만3500원을 주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소 사육을 폐업한 농민들은 배추나 쌀농사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배추값 폭락 등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대한민국 농업 전체가 다 당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농업분야를 포함한 한미 FTA 협상 자체가 한국에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은 “한미 FTA개정협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일방적인 미국의 패널티 공격과 한국의 수비”라면서 “정부는 개정협상에 대한 공청회를 열 것이 아니라 폐기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또 “지난 한미 FTA협상에 실패하고, 이번에도 경제적 효과에 대한 공동 분석을 약속했다가 그 약속을 어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불리한 협상이 없을 것임을 반복 강조했다. 최악의 경우 한미 FTA를 폐기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한미 FTA 폐기를 논의해야 농업을 지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박형대 위원장의 질문에 “(폐기도) 옵션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아직 협상을 시작해보지도 않고 폐기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양국의 이익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국장은 이어 “트럼프 정부의 독특한 자국우선주의는 수십년간 통상을 해 온 저희같은 통상 관료들에게도 큰 도전이 되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나 주장은 전부 다 수용하지 않을 것이고 그런 협상은 결코 타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업 부문 추가 개방 불가 방침이 확고하다는 점도 밝혔다. 유 국장은 “통상교섭본부장이 직접 ‘농업은 우리의 레드라인’이라고 발언하며 추가개방 불가 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면서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농촌경제연구원은 한미 FTA로 한국의 대미 적자폭이 이전보다 7억5000만 달러 늘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석호 농촌경제연구원 모형정책실장은 ”발효 전 5년(2007~2011년)과 발효 후 5년(2012~2016년)을 비교했을 때 수출은 1억9000만 달러가 는 반면 수입은 9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면서 “수입량 증가는 국내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농민의 소득을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차 공청회 파행을 막고 농축산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날 별도의 간담회를 추가로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한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주요 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간담회가 진행됐다. 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농축산업계와 협의·소통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미 FTA 개정협상 2차 공청회는 오는 12월 1일 열린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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