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일 거라 생각했던 이슬람 평화 추구 우리와 똑같아 놀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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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천주교·원불교 여성 수도자로 구성된 삼소회 회원들이 22일 바티칸 광장을 걸어가고 있다.
[바티칸=서정민 특파원]

18박 19일의 '장정'이 끝났다. 순례객들은 배움과 실천의 참뜻을 깊게 새겼다. 아시아와 유럽의 성소(聖所)를 찾아가는 물리적 여행은 마쳤지만 사랑과 지혜를 찾는 정신적 여행은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삼소회(三笑會) 회원들이다. 불교.천주교.원불교 여성 성직자 16명이 종교 간 화합과 세계 평화를 위해 성지 순례에 나선 건 5일. 그들이 23일 오랜 구도를 마치고 귀국했다.

21일 밤 이탈리아 로마 인근의 산타 키아라 수도원. 순례객들은 수도원 작은 방에 있는 원탁 앞에 앉았다. 로마에서 북쪽으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아시시 성프란체스코 성지를 다녀와 피곤한 몸이었지만 두 시간 넘게 걸린 토론은 밤 11시가 지나야 끝났다.

팀장을 맡은 진명 스님이 행사를 정리했다. "이번 순례에서 정말 잊을 수 없는 값진 체험을 했다." 불교.힌두교.유대교.기독교.가톨릭 등 일종의 '종교 백화점'을 두루 지켜본 것이다.

처음에는 종교 간 이질성이 도드라졌다. 하지만 마리아 수녀는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비슷했다"고 매듭지었다. 불교의 달라이라마, 이슬람 성직자, 가톨릭.기독교 지도자를 만나서 들은 얘기는 모두 일맥상통한다는 것. "폭력적인 것으로 알고 있던 이슬람 지도자도 우리와 생각이 같아 놀랐다"는 의견이 많았다.

혜성 스님은 "여러 종교가 하나는 될 수 없더라도 화합과 평화를 추구하는 목적은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타종교에 대한 이해 증진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원불교 지정 교무는 "순례 중 회원들 사이에 사소한 갈등이 일기도 했다. 이번 순례는 그 갈등의 정체를 확인하고 화합방안을 찾는 실험장이었다"고 밝혔다.

수도자들은 실천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인도의 수자타에서 만난 '불가촉(untouchable) 천민', 이스라엘의 보안장벽으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인 등을 목격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엘리자베스 수녀는 "교리와 의식에서 느낀 감동을 이제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례단의 막내 마리코오르 수녀도 "교회 밖에도 하느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거들었다.

로마.바티칸=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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