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 지붕, 두 가족 혁신도시…택시구역 갈등, 주민복지도 따로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일 진천음성혁신도시 공용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음성 택시기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진천 택시기사는 이곳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 최종권 기자

지난 19일 진천음성혁신도시 공용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음성 택시기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진천 택시기사는 이곳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 최종권 기자

진천·음성혁신도시는 요즘 택시 사업구역을 놓고 갈등 중이다. 북동쪽은 음성군, 남서쪽은 진천군 행정구역으로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러 택시 사업구역이 서로 다르다. 음성지역은 시외버스터미널과 상업지구, 일부 공공기관과 공동주택이 밀집해 있다.

진천 택시업계 공동사업구역 요구…음성 택시업계 "손실 줄어든다" 반발 #한 동네 살지만 출산축하금 등 복지혜택 달라…공공시설 건립마다 주민 갈등 #전문가 "통합행정기구 설치해 주민 불편 줄이고 동질성 높여야" 지적

아파트 분양이 막 시작돼 택시수요가 많지않은 진천 택시업계는 “혁신도시가 하나의 생활권인만큼 공동사업 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음성군 택시기사 유창식(65)씨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자리는 음성 택시기사들의 영업구역인데 진천 택시가 들어오면 수익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며 “청사가 막 입주해 사람이 없을 때도 음성 기사들은 눈·비 맞아가며 자리를 지켰다. 진천 택시기사들이 이제와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천음성혁신도시는 진천군과 음성군 경계에 조성돼 행정구역이 이원화 돼 있다. 사진 왼쪽 큰 도로로부터는 진천군 덕산면, 오른쪽은 음성군 맹동면이다.

진천음성혁신도시는 진천군과 음성군 경계에 조성돼 행정구역이 이원화 돼 있다. 사진 왼쪽 큰 도로로부터는 진천군 덕산면, 오른쪽은 음성군 맹동면이다.

진천·음성혁신도시는 ‘한지붕 두가족’이다. 진천 덕산면과 음성 맹동면 경계에 조성돼 양 군에서 각각 출장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하나의 도시지만 행정구역이 둘로 나뉘면서 주민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보건소, 청소년 문화시설 등 공공시설을 어느 한쪽에 지으려면 “이곳에도 설치해 달라”는 민원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주민 최경진(38·여)씨는 “혁신도시 우체국 위치가 행정구역상 음성 맹동면이다. 진천지역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미처 수령하지 못한 택배나 우편을 우체국에서 찾아가려면 10㎞ 떨어진 진천읍까지 가야한다”고 말했다.

양 군은 2014년부터 조례 개정을 통해 제증명 수수료(42종), 주민세(1만원), 쓰레기봉투(20L 340원), 상하수도요금, 시내버스 요금을 단일화 했다. 하지만 100여 종의 제증명 수수료와 복지서비스 통합은 마치지 못했다. 진천은 민간 어린이집을 다니는 셋째 자녀에게 매월 3~5만원의 보육료를 지원한다. 음성에서는 이런 혜택이 없다. 자녀를 입양한 가정에 지급하는 축하금도 진천은 평균 300만원, 음성은 150만원으로 차이를 보인다. 출산축하금의 경우 진천은 첫째 자녀는 50만원(상품권), 음성은 30만원(현금)으로 다르다.

고영구 극동대 교수(글로벌경영학과)는 “혁신도시가 하나의 생활권인 만큼 통합행정기구를 세워 주민 불편을 줄이고 동질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