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갈라진 3년된 아파트...집값 떨어질라 신고도 ‘쉬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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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포항 한 아파트 외벽이 지진으로 금이 가 있다. [연합뉴스]

북 포항 한 아파트 외벽이 지진으로 금이 가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경북 포항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지은 지3년밖에 되지 않은 한 아파트 단지 외벽에서 심한 균결이 관측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포항 북구에 있어 위치상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진앙과 가깝다. 건설을 맡은 업체는 포항지역의 건설사고, 완공된 시기는 2014년 6월이다. 내진설계에서 1등급을 받았다는 점이 무색하게 건물 외벽에는 층마다 사선으로 균열이 생겼다.

외벽이 갈라진 흔적은 9개 동 중에서 절반이 넘는 5개 동에서 관측됐다. 특히, 아직도 엘리베이터를 가동하지 않아 계단을 이용하는 동이 있을 정도로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베이터가 뒤틀렸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시공사 임원까지 참석한 지진피해 긴급 대책회의에서 건설사 측은 이번 균열과 관련해 비내력벽 후면부의 완충작용으로 균열이 생겼고 오히려 균열이 없었다면 내력벽에 영향을 끼쳐 건물이 부러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경북 포항 한 아파트 외벽이 지진으로 금이 가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 한 아파트 외벽이 지진으로 금이 가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아파트 주변에 다른 아파트 수천 세대가 있지만, 외부 벽에 균열이 생긴 아파트는 해당 아파트뿐이기 때문이다. 균열이 심하게 관측된 5개 동 500여세대 주민 중 80% 정도는 집을 비운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주민들 역시 이같은 사실을 쉬쉬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피해 상황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피해가 알려지면 집값에 악영향이 올 것을 우려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재 경북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는 "철근탐사기로 균열이 생긴 곳 주변 철근에 변화가 있는지 조사해야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철근에 변화가 있으면 하루빨리 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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