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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자정이 가까운 시각,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중증외상센터(이하 아주대센터) 중환자실 격리병실. 마스크를 쓴 간호사 4명이 의식이 없는 젊은 남성 환자를 옆으로 돌려 체위를 변경하고 있다. 등에 욕창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환자는 인공호흡기·인공신장·수액조절기, 혈전 예방 장치, 각종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설 등을 잔뜩 달고 있다.
다른 한쪽의 환자도 비슷한 장비를 달고 있다. 이국종 센터장은 “중증 외상 환자는 출혈이 많아 인공신장 등의 장비를 단다. 한눈 팔 수 없다”고 말한다. 심야 케어는 간호사들이다. 수액백에 약물을 넣던 간호사에게 질문을 하려고 하니 손사래를 쳤다. 너무 바빠서다. 다른 간호사는 “환자들이 부착한 장비에서 비상신호음이 동시에 울리면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국종 교수가 본 국내 현실 #미군, 92년식 헬기로 수시 밤출동 #1년 새 간호인력 35%가 병원 떠나 #외과전공의는 2년째 한 명도 없어
아주대센터는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한 달 만에 100병상 환자를 꽉 채우고 모자라 30~40명은 다른 병동에 입원할 정도다. 아주대 외 16곳이 외상센터로 지정돼 9곳이 문을 열었다. 일부는 부분 가동한다. 2012~2016년 2527억원을 투입했다. 2010년 예방가능사망률(적정 진료를 했을 경우 생존했을 사망자 비율)이 35.2%에서 2015년 30.5%(외상센터 21.4%)로 줄었다. 미국·일본의 10~20%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이 센터장은 여전히 불만이 많았다.
- 무엇을 먼저 보완해야 하나.
- “간호인력이 부족하다. 최소 1대1 간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명이 여러 환자를 동시에 봐야 하니 1인실을 더 만들 수도 없다. 지난 1년 35%의 간호인력이 이직했다.”
- 의사는 어떤가.
- “외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다. 응급의학 전문의 1명뿐이다.”
아주대센터에는 2년째 외과 전공의가 없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올해 외과전공의 지원율이 90.1%로 미달했다.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아주대센터 손현숙 수간호사는 “여기 환자는 중증도가 굉장히 높고 환자의 상태를 예측할 수가 없다.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하다. 다른 병동의 두 배의 일을 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손 간호사는 “외국은 폐·상처·영양·약을 전담하는 인력이 따로 있다”고 덧붙였다.
이국종 센터장은 후송체계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는 “닥터헬기(응급환자 전용 헬기)가 밤에 날지 않는다. 경기소방본부를 제외하면 소방헬기도 밤에 잘 출동하지 않는다”며 “미군 응급구조 담당 더스트오프팀은 우리보다 낡은 92년식 헬기로 야간 후송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닥터헬기(6대)는 복지부에서 한 대 당 연 30억~40억원의 임대비를 지불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일부 외상센터가 환자를 적극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환자가 아주대병원으로 몰린다”며 “정부가 많은 돈을 들였지만 외상센터가 효과적으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119구급대가 중증환자가 생기면 가까운 응급실로 후송하는 게 문제다. 시간이 걸려도 외상센터로 가야 한다. 그래야 전문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최강국 가천대 길병원 외상센터 교수(외상외과)도 “3년 새 사망률이 10% 낮아졌다. 우리 센터가 외상환자를 더 수용할 수 있는데도 119가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간다”며 “응급센터로 가면 응급의학 전문의가 검사하고 해당 전문의를 부르고 이러다 시간이 가버린다. 중증외상환자는 한 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진료 수가가 낮다”며 “지원 인력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민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외상센터 간호사의 수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신성식 복지전문기자·백수진 기자 이민영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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