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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전병헌 사퇴, 내 눈의 대들보 치우는 계기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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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병헌 대통령 정무수석이 자진 사퇴한 것은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수수 및 횡령 의혹으로 구속된 주요 피의자들이 전 수석과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당연한 수순이다. 본인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으나 적폐 청산을 제1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석직을 내려놓고 특혜 없이 공정한 검찰 수사에 임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검찰 또한 자신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적폐청산 작업이 하명에 의한 정치보복이라는 일각의 의혹을 불식하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일말의 정치적 고려 없는 당당한 수사에 나서 비위 사실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또 다른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도 망설여서는 안 된다. 여야와 신구 권력을 떠나 오직 법과 정의만이 사법적 판단의 잣대가 돼야 한다. 그것이 흔들리는 검찰 공권력의 위상, 나아가 국가를 바로 세우는 길이며 이 정부의 적폐청산 의지를 돕는 길이다.

어쨌거나 대통령의 초대 정무수석이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낙마해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될 입장에 놓임으로써 청와대는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對)국회 소통을 담당한 정무라인의 공백으로 내년도 예산안과 핵심법안 처리에 어려움이 커졌을뿐더러 민정라인의 책임이랄 수 있는 거듭된 인사 실패 사례를 또 한번 추가함으로써 국민적 애로는 키우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서둘러 국민들에게 사과함으로써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국정추진 동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적폐청산은 남의 눈의 티끌에 앞서 내 눈의 대들보를 먼저 알아보고 치우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