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추기경 "자책감 있었는데 이젠 편하게 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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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추기경은 "축하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고, 새 추기경은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두 추기경은 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두 손을 꼭 잡았다. 한국 천주교의 '복수 추기경'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김 추기경은 새 추기경에게 "오늘만큼은 상석에 앉으시죠"라며 분위기를 돋웠다. 이날 오후 8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새 추기경 임명이 발표된 직후 두 추기경은 주교관 바깥 마당에서 간단한 축하 행사를 열었다. 새 추기경은 교황의 임명 발표 즉시 자격을 인정받는다.

김 추기경이 먼저 감사의 말을 꺼냈다. 그는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내가 빨리 가지 않아서 새 추기경 임명이 늦지 않았는지 자책감과 불안감이 있었다"며 "오늘부터 마음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김 추기경은 "유럽에서도 대교구 교구장이 되면 조만간 추기경에 임명되는 교구가 있다"며 "앞으로 서울대교구도 교구장에 오른 사람이 추기경이 되는 게 시간문제가 되는 전통이 생길 것 같다"고 기뻐했다.

새 추기경은 한국 국민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정 추기경은 "이번 추기경 임명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자리, 한국 천주교가 세계 천주교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참작된 것으로 믿는다"며 "우리나라 전체의 선익(善益)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편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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