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들방 많아지면 온 세상 따뜻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구들을 놓고 있는 안성원 교무.

구들. 우리 조상들의 위대한 발명품이지만 아파트 홍수에 밀려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의 독특한 주거문화다.

이 구들의 가치를 널리 알리며 보급운동을 펴는 원불교 성직자가 있다. 전북 남원시 산동면 목동리 원불교 산동교당 안성원(44) 교무.

그는 4년 전부터 전국을 돌며 구들을 놓아주면서 서민용 황토집을 지어주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지은 구들집은 '하늘내 들꽃마을'(전북 장수군), 고산 유기농 마을(전북 완주군) 등에 10여 채나 있다. 이달 26~28일에는 '정병규 통나무 학교'(경남 진주시 대곡면)에서 구들강좌를 여는 등 본격적인 보급에도 열심이다.

그는 교당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봄,가을 3개월씩만 수행의 하나로 구들을 놓아준다. 교당 일을 보면서 시공하느라 공사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실적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구들집을 짓는 데 사용하는 황토는 땅속 1m의 순수한 것만 사용하고 황토 벽돌을 직접 찍는 등 정성이 대단하다.

"집이 재산증식 수단으로 바뀌는 것이 안타까워 이 일을 시작하게됐어요. 건강에 좋고 아랫목 문화가 있어 윗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구들방이 많아진다면 세상이 따뜻해질 거라는 생각도 해봐요."

그의 구들방 보급은 원불교의 핵심 교리와도 일치한다고 한다. 원불교는 사람으로 태어나 받은 네가지 큰 은혜(天地.父母.同胞.法律)를 되갚을 것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이 중에 공기와 햇볕으로 상징되는 천지은혜를 구들 보급으로 되갚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구들 시공법은 초보자도 시공할 수 있도록 쉬운 게 특징이다. 고래.개자리.굄돌 등 구들놓는 데 들어가는 돌을 적벽돌로 대체했다. 구들장도 30×50㎝로 자른 화강석을 사용하는 등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쓴다. 그가 구들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87년 원광대를 졸업한 뒤 대구교당으로 발령받아 갔다가 도시오염의 심각함을 경험하고 나서라고 한다. 이후 전북 전주의 원불교 재단 농원에서 농사를 지었으나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는 농법도 너무 싫었다고 한다. 고민 끝에 그는 시골교당을 자원한다. 현재 일하고 있는 산동 교당은 신도 수가 20여 명뿐이다.

안 교무는 한적한 곳으로 근무처를 옮긴 2002년부터 생태건축법을 공부하면서 교당도 한옥으로 직접 지었다.

구들 놓기를 원하는 사람에게서는 재료비와 인건비만 실비로 받고 설치해 준다. 이 인건비는 신도수가 적어 운영난을 겪는 교당으로 전액 보낸다.

그는 자신의 뜻에 공감하는 양성천(45) 교무 등 3명의 성직자들과 함께 원불교 창설(大覺開敎節) 100주년이 되는 2016년까지 100채의 구들 황토집을 짓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