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포항 지진…여진 언제까지 계속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오후 경북 포항을 강타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로 인근 마트 일부가 무너지고 내부는 물건이 쏟아져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15일 오후 경북 포항을 강타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로 인근 마트 일부가 무너지고 내부는 물건이 쏟아져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인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16일 오후 2시 31분까지 24시간 동안 포항에서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모두 45차례 발생했다.
이 가운데 규모 2.0~3.0 미만이 41회, 규모 3.0~4.0 미만이 3회, 규모 4.0~5.0 미만도 1회였다.
특히 15일에는 규모 4.3의 강한 여진이 발생했고, 16일 오전 9시 2분에도 규모 3.6의 여진이 발생했다.
대입 수학능력시험까지 연기한 상황이어서 여진이 얼마나 계속될지, 더 큰 지진이 오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포항 지진 발생 지점

포항 지진 발생 지점

기상청 우남철 지진전문분석관은 "근본적으로 여진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던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적어도 수개월 동안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4시간 동안 규모 2 이상 45회나 이어져 #"규모 5.4를 감안하면 3~4개월 이어질 듯" #경주에서는 7개월 후에도 여진 계속 발생 #동일본 대지진은 6년 지난 지금도 이어져

여진이 어느 정도 나타날지 파악하려면 적어도 3~4일 정도 발생 패턴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지난해 9월 12일 발생했던 경주 지진과 비교해보면 여진 발생 횟수가 적은 편이다.

경주 지진의 경우 본진인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후 24시간 이내에 규모 2.0 이상이 80차례 정도 발생했다.

이번 포항 지진은 24시간만 놓고 보면 발생 횟수가 그 절반 수준이 셈이다.
경주 지진의 경우 발생 7개월 지난 뒤인 올 4월 초까지도 여진이 꾸준히 이어졌다.

4월 12일까지 7개월 동안 605회의 여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이후 최근 7개월 동안에는 30여 차례 발생하는 데 그쳤다.

경주지역에서 규모 2.0 이상의 여진이 발생하는 상황을 나타낸 그래프. 9월 초순부터 열흘 단위로 여진 밸생 횟수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9월 중순에는 열흘 동안 100회 이상의 여진이 발생했다. [자료 기상청]

경주지역에서 규모 2.0 이상의 여진이 발생하는 상황을 나타낸 그래프. 9월 초순부터 열흘 단위로 여진 밸생 횟수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9월 중순에는 열흘 동안 100회 이상의 여진이 발생했다. [자료 기상청]

한국교원대 경재복 교수는 "경주 지진은 규모보다 여진이 이례적으로 오래 계속된 편"이라며 "이번 포항처럼 규모 5.4 정도의 지진은 보통 3~4개월 정도 여진이 지속한다"고 말했다.

우 분석관은 "포항 지진과 여진은 8~11㎞ 깊이에서, 경주 지진은 주로 11~15㎞ 깊이에서 발생해 차이가 있으나, 지진 발생 깊이가 여진 지속 시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여진이 몇 년씩 이어진 사례도 종종 있다.

특히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의 경우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여진 자체도 규모가 6~7에 이르기도 했다.
또 지난해 4월 16일 발생했던 규모 7.3의 일본 구마모토 지진도 1년 동안 인근 지역에서 13만번 여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1964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규모 8.6의 지진 역시 여진이 1년 6개월 동안 이어졌다.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경 교수는 "경주 지진 당시 일주일 뒤인 지난해 9월 19일 밤에 다시 규모 4.5의 강력한 여진이 발생한 만큼 포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수능을 일주일 연기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셈이다.

15일 오후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북구 흥해읍 마산리 주택가 한 마트 건물 외벽과 간판이 땅에 떨어져 있다. [대구 매일신문 제공]

15일 오후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북구 흥해읍 마산리 주택가 한 마트 건물 외벽과 간판이 땅에 떨어져 있다. [대구 매일신문 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여진 발생 상황을 예측하려면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지진이 단발적으로 발생했고 선례가 별로 없어 통계적인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여진을 포함해 지진 발생을 예측하려면 지층 쌓인 응력을 측정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장비와 인력, 시간이 필요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적인 응력 조사는 어렵지만, 인구와 산업시설이 밀집돼 있고 단층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평소 응력 측정 등 기초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포항·울산·부산 부근의 양산단층대와 수도권 추가령단층대에서 이 같은 응력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