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임금동결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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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회사 측은 환율 하락과 유가 및 원자재 급등 등 '3각 파도'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국내 영업 이익은 크게 떨어지고, 일본의 질주와 중국의 추격으로 경쟁력이 약화돼 비상 경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만1000여 명의 과장급 이상 임직원들 상당수도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절감해 이날 임금 동결 선언까지 나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환율 인하로 2조원대 매출 손실= 현대차는 올해 평균 환율을 달러당 950원으로 사업 계획을 짰다. 지난해 평균 환율(1034원)보다 8.1% 하락한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환율이 예상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수출목표액을 기준으로 2조5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 판매가 76%에 달하고 부품 국산화율이 97%를 넘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기아차는 원화 환율이 떨어지는 것과는 반대로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보다 6%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차의 해외 시장 가격경쟁력이 일본차보다 사실상 14% 하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도요타차는 종전보다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지만 현대차는 이익률을 유지하려면 수출차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GM.포드 등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3000~4000달러까지 할인 판매를 하고 있음에도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차의 공세를 견뎌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차와 판매 경쟁을 하려면 가격을 내려야 하지만 영업이익을 유지하려면 가격을 올려야 하는 진퇴양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이익은 주는데 경쟁은 더욱 치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03년 9%에서 2004년 7.2%, 지난해 5.1%로 하락했다. 올해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2조2357억원→1조9814억원→1조3841억원으로 줄었다.

현대.기아차는 미래형 자동차에서는 일본을 쫓아가야 하고, 기존 자동차에선 중국의 추격을 당하는 샌드위치 신세에 처해 있다. 하이브리드차.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차에서는 일본과 기술 격차 축소를 위해 향후 5~10년간 사활을 건 싸움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중.소형 승용차에서 바짝 쫓아오고 있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경쟁력도 확보해야 한다. 회사 측은 이런 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비상체제를 통해 사전대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월급쟁이이기는 하지만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측은 "임금 동결과 비상 경영 선포를 계기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삼각 방어'로 대비=현대.기아차는 대책으로 ▶노사 생산 혁신 ▶비용 절감 ▶전략적 연구개발(R&D) 등 세가지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일본 업체의 50~60% 수준에 불과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선 임금을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날 임금 동결 선언도 같은 맥락이다.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임금은 오르는 기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도요타가 2001~2005년 생산원가를 30% 절감한 사례를 연구해 2007년까지 30%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도요타의 3분의 1 수준인 R&D 투자를 늘려가기 위해 중장기적인 재원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납품가 인하 등 잇따른 위기 경영 방침에 대한 협력업체의 반발을 의식해 '상생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8년까지 12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협력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도 지속한다고 덧붙였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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