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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재취업] 나, 공대 출신 … 이렇게 변신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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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연구원에서 홍보맨으로=건설업체 한성에서 광고와 홍보업무를 총괄하는 이원규(41) 홍보이사. 그의 첫 직장은 LG전자 중앙연구소였다. 5년간 디지털 TV와 캠코더 연구를 하다 전시 업무를 하는 부서로 옮겼다. 기술이나 신상품 지식을 갖춘 엔지니어를 찾자 손을 들었다. 한 가지 일만 하다가는 나중에 할 수 있는 업무가 제한되지 않을까 걱정돼 진로를 바꿨다. 나중에 전시 파트가 홍보팀에 합쳐져 언론홍보 업무도 하게 됐다. 그는 부서를 옮긴 뒤 마케팅 원론 등을 공부하며 업무 관련 이론도 익혔다. 보도자료를 잘 쓰기 위해 주요 신문기사를 매일 베껴 쓰는 연습도 했다. 이 이사는 LG-IBM 등 몇 개 회사를 거쳐 현재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지금 자리에 만족한다"며 "엔지니어 출신들도 논리적 감각을 살리면서 감성의 시대에 맞는 업무 능력을 갖추면 다양한 직종에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즈맨 가르치는 연구원=BMW코리아 영업사원들은 이 회사 영업사원 트레이너인 차무항(43)씨를 선생님으로 부른다. 차씨는 차 잘 파는 전략을 영원사원들에게 가르친다. 그러나 그는 남에게 차를 판 경력이 없다. 또 영업과는 거리가 있는 공학도 출신이다. 한국항공대 기계공학과(82학번)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 기계과에서 석사학위를 땄다. 쌍용자동차의 랩(연구실)에서 8년간 자동차 기술을 연구했다. 차씨는 "좋아하는 일에 관심을 쏟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타이거 우즈의 트레이너는 골프를 우즈보다 못하지만 스윙 자세는 잘 봐주지 않느냐"며 웃었다.

그는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차를 만드는 데에만 정열을 쏟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판매와 마케팅, 그리고 기업 경영이 차의 품질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했다. 자동차 회사를 나온 그는 1년6개월여간 경기도 평택에 있는 경문대에서 자동차 실무를 가르치면서 자동차 영업전략을 연구했다. 아무리 좋은 차를 만들어도 영업이 제대로 안 되면 안 팔린다고 그는 믿었다. 그는 "영업은 고도의 테크닉"이라고 말했다. 좋은 차는 무조건 잘 팔린다는 '공학도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그러다가 2000년 헤드헌팅 업체의 소개를 받아 BMW코리아의 트레이닝 매니저로 입사했다. 그는 지난해 말 BMW코리아를 퇴사해 본사와 계약했다. BMW 본사는 세계 각지에 차씨와 같은 영업 전문가 100명 정도를 두고 있다. 그는 변신을 꿈꾸는 후배 공학도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흐름과 해외기업의 움직임 등을 관찰하면서 다양한 업무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헤드헌팅전문업체 커리어케어의 신현만 사장은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기술적인 지식과 함께 세계 시장의 흐름을 보는 눈을 갖춘 인력들이 약진하고 있다"며 "엔지니어들도 평소에 경영학을 수강하거나 다양한 독서 등으로 경영 마인드를 갖춰야 여러 가지 일을 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경호.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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