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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임신도 ‘입사 순’으로 한다는 간호사들

중앙일보

입력

 ▼ 임신도 ‘입사 순’으로 한다는 간호사들 ▼

안녕하세요
1년 차 ‘신규’ 간호사입니다

저 같은 신입 간호사는
선배 간호사인 프리셉터(preceptor)와 함께 다니면서 일을 배웁니다

어느 날은 프리셉터가 저를
10분 동안 세워 두고 ‘육두문자’를  쏟아냈어요

“예전에는 선배가 정강이 걷어차고 그랬어.
너희는 좋은 세상 만난 거야.”

다른 곳은 더하다고 들었어요

‘수샘(수간호사 선생님)’이 신규를 불러 모아
며칠 전 실수를 질책하며 차트와
환자가 사용한 주사기를 신규에게 던지기까지 한다네요

안녕하세요
4년 차 대학병원 간호사입니다

입사 1년 정도까지
업무 스트레스에 태움 문화까지 겹쳐
우울증이 심각했습니다

입사한 지 두 달째,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인력이 부족하니 수샘은 저를 필사적으로 설득했어요

얼마 뒤 수샘 바로 밑 ‘차지샘(책임 간호사)’이
“수샘에 대한 예의가 없는 거 아니니?"
"어떻게 그만둔다고 했다가 다시 일하겠다고 해?”

환자, 보호자, 실습 나온 학생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30분 동안 공개 망신을 줬어요

심지어 ‘임신순번제’ 때문에
자녀 계획도 마음대로 못 세워요

임신순번제 때문에 임신을 준비하던 간호사가
먼저 임신해 버린 후배 간호사와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도 봤어요

안녕하세요. 요즘 인터넷에서
춤 동영상으로 유명해진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입니다

간호사들이 매년 체육대회 때
짧은 치마나 핫팬츠를 입고 춤을 춥니다.

재단 소속 6개 병원끼리 경쟁이 붙어 장기자랑이 과열된 거죠

장기자랑에 참여하는 간호사들은
거의 다 신입이라서 싫다는 표현을 못합니다

장기자랑에 나서는 간호사들은
한 달 동안 새벽 6시 반에 출근해
오후 3~4시까지 일하고
저녁 늦은 시간까지 연습에 참여해야 합니다

심지어 한 고참 간호사는
“신입 때 정말 하기 싫었던 장기자랑인데,
제가 10년 차 선배가 되고 보니 말리기는커녕
‘우리 때도 다 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라며 한 시민단체에 ‘반성문’을 보냈다더군요

간호사들 사이 똥군기인 ‘태움 문화’

2015년 대한 간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경력 1년 미만)의 평균 이직률은 33.9%입니다

이직률이 높다 보니 ”잘 버텼다“는 의미로
백일잔치ㆍ돌잔치도 열어 준다고 합니다

버티는 게 칭찬받을 일인 간호사들
태움 문화만 없으면 이런 잔치가
더는 필요 없지 않을까요

※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과의 인터뷰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보내진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제작:  오다슬 인턴 oh.da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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