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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환율 720원까지 떨어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부분의 수출기업들은 올 연말까지 원화의 환율이 달러당 7백20원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하반기보다는 상반기에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상담에 있어 이들 기업들이 적용하는 환율은 이보다 더욱 낮아 올 연말기준으로 달러당 7백10∼7백원이 일반적이며, 경우에 따라 상담기준환율을 6백90원선까지 낮춰 잡고있는 곳도 있다.
미국의 원임절상 압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만큼 지난해(8·7%절상)보다는 절상폭이 크겠지만 그렇다고 10%가 넘는 무모한(? 절상은 견뎌낼 수 없다는 인식이 업계에 팽배해 있다.
수출기업들은 영업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는 이유로 내부적인 상담기준환율 공개를 꺼리고 있다.
얼마 전 업체별 상담기준환율이 일부 지상에 보도되고 난 뒤 국내주재바이어들이 특정업체로만 집중적으로 몰린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보도내용이 즉각 국내바잉오피스들에 의해 해외본사로 보고되자 본사로부터의 공통적인 지시가 『환율을가장 낙관적으로 보는 업체와 접촉하라』는 것이었기 때문.
대부분의 업체들은 나름대로 환율시나리오를 작성, 시나리오에 따라 상담에 임하도록 하고 있다. 총선이 끝난 뒤 한차례 큰폭으로 환율이 떨어져 상반기 절상폭이 하반기보다 훨씬 클거라는 게 공통된 내용이다.
D사의 경우 달러당 7백92원30전에서 시작된 환율이 올 상반기까지 7백50원으로 떨어지고, 연말에는 7백20원까지 간다는 전제아래 월별예상환율표를 짜놓고 있고, S사는 같은 전제아래 분기별로 기준환율을 달리하고 있다. S사가 예상하고 있는 분기별 평균환율은 ▲1·4분기7백80원 ▲2·4분기 7백50원 ▲3·4분기 7백40원 ▲4·4분기7백20원.
품목에 따라 상담기준환율이 약간씩 달라지기도 한다. 오퍼에서 네고까지의 기간(리드타임)이 품목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종합상사의 경우 취급품목에 따라 부서별로 환율기준표가 조금씩 다른것도 그 이유에서다.
S사의 경우 섬유파트의 연말기준환율이 7백20원인데 비해 전기제품파트는 6백90원으로 30원의 차이가 있다. 섬유제품의 리드타임은 보통 2∼3개월인데 비해 전기제품은 플랜트수출이거나 프로젝트수출인 경우가 많아 리드타임이 6개월∼1년씩 걸리고, 따라서 환차손부담도 그만큼 크기 때문에 기준환율을 보수적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
속도가 빨라진 원화절상 때문에 애써 뚫은 시장을 제3국에 빼앗기는 경우도 많다.
파키스탄의 케이블(전선)시장은 일본의 독무대였다. 지난 85년9월 달러당 2백37엔이던 엔화환율이 86년말 1백60엔까지 떨어지자 일본업체들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쌍용에 시장을 내주었다.
쌍용은 장기간에 걸친 상담 끝에 지난해9월 파키스탄 전력청에 l백만달러어치의 케이블공급에 성공했으나,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수출이 되어버렸다. 달러당 8백90원이던 환율이 7백원대로 떨어져 저가를 무기로 뛰어든 유고슬라비아업체를 도저히 당할 재간이 없게 돼버린 것.
이같은 현상은 해외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무협의 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수입선을 우리나라에서 홍콩·대만·싱가포르·중공 등 경쟁국으로 전환하겠다는 응답이 86년말 조사때의 28·7%에서 87년말 조사때는 57·2%로 대폭 늘었고, 그 이유에 대해 70·7%가 「가격」때문이라고 응답했다.
D사의 환율대책위원회가 마련해 놓은 「환차손방지대책」에 따르면 우선 원가측면에서 약세통화 원부자재사용을 늘리고, 공장자동화를 통해 원가를 줄이며 매출측면에서는 엔·마르크·원화 등 강세통화로 매출을 유도하고, 품질고급화를 통해 매출단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H상사의 경우는 이럴 때 일수록 외환거래를 통해 환차익을 볼 기회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각종 금융투자기법을 동원, 영업측면에서의 환차손보전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사실상 원화절상에 대한 단기적 묘방은 있을 수 없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차제에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노력이 정부와 업계 공동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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