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 '회심의 기술' 페이스ID, 16만원짜리 마스크에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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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보안업체 비카브가 제작한 마스크. 비카브 측은 3D프린팅과 2D 사진, 실리콘으로 이 마스크를 제작해 애플 아이폰X의 안면인식 보안장치 '페이스ID'를 돌파했다고 주장했다. [비카브]

베트남 보안업체 비카브가 제작한 마스크. 비카브 측은 3D프린팅과 2D 사진, 실리콘으로 이 마스크를 제작해 애플 아이폰X의 안면인식 보안장치 '페이스ID'를 돌파했다고 주장했다. [비카브]

 애플의 새 스마트폰 아이폰X(텐)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기술 '페이스ID(안면인식 보안장치)'가 150달러(약 16만원)짜리 마스크와 진짜 얼굴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베트남 보안업체 "페이스ID 뚫었다" 주장 #3D프린팅과 2D사진, 실리콘 코로 만들어 #일각선 "속임수 아닌가" 의혹도

베트남의 보안 전문업체 비카브는 지난 9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폰X의 페이스ID 잠금장치를 마스크로 뚫었다"며 "페이스ID는 효과적인 보안장치가 아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비카브는 페이스ID에 실제 사람의 얼굴을 등록하고 그 사람의 얼굴을 본떠 만든 마스크로 페이스ID 잠금을 해제했다. 3D프린터로 제작한 틀 위에 2D 사진과 실리콘 코를 붙여 만든 마스크의 제작 비용은 150달러, 제작 기간은 사흘 남짓이었다.

지금까지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IT전문지 와이어드 등 여러 매체에서 실리콘 마스크 등을 제작해 페이스ID를 속이려 시도했으나 이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비카브가 처음이다. 비카브 측은 "보안 전문 지식 없이 정확한 마스크를 만드는 것은 아주 어렵다"며 "우리는 애플의 인공지능(AI)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했기 때문에 AI를 속이고 잠금을 해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카브는 이 마스크를 만들기 위해 휴대용 3D 스캐너로 실제 이용자의 얼굴을 약 5분간 스캔해야 했다. 비카브는 일상적인 아이폰 이용자들이 마스크를 이용한 해킹에 노출될 우려는 적지만 정치인·기업인 등 사회 요직에 있는 인물을 노린 마스크 해킹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비카브는 "마스크 제작은 갈수록 쉬워져서 향후에는 3D 스캐닝 기능을 갖춘 소니 엑스페리아 XZ1 등 스마트폰으로도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비카브 측은 이어 "페이스ID는 생각보다 허술하다. 애플은 이 기술을 잘 마무리 짓지 못했다"며 "애플은 본래 아이폰X를 2018년에 출시하려다가 아이폰 발매 10주년에 맞추기 위해 출시일을 1년 앞당겼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터치ID(지문인식 보안장치)를 페이스ID로 바꾸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비카브 측이 속임수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와이어드는 "우리가 수백만 원을 들여 정밀 제작한 마스크도 속이지 못한 페이스ID를 종이와 실리콘으로 만든 마스크가 뚫었다"며 "그러나 비카브 측은 이 마스크를 만드는 구체적인 과정을 공개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우리 측이 보낸 긴 질문지에도 답변을 보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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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비카브는 "머지않아 기자회견을 열고 마스크에 대해 더 상세히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폰X에 탑재된 페이스ID는 스마트폰 전면의 ‘트루뎁스 카메라’가 이용자 얼굴에 적외선을 쏘아 3만 개의 점으로 포착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얼굴의 주인공을 식별해내는 생체인식 시스템이다. 애플 측에 따르면 페이스ID의 오인식 확률은 100만분의 1로, 5만분의 1인 터치ID 방식보다 낮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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