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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명 열 손가락 지문정보 증발…경찰, 주민등록신청 원본 대량 분실

중앙일보

입력

경찰 관계자가 미제사건 현장의 지문을 재검색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가 미제사건 현장의 지문을 재검색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충주에 사는 A씨(20)는 지난달 12일 주민등록증 재발급을 위해 동주민센터를 방문했다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주민센터 직원은 A씨에게 “경찰청에서 보관해야 할 선생님의 열 손가락 지문이 등록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주민등록증 재발급은 행정안전부에 등록된 신청인의 오른쪽 엄지손가락 지문으로 본인 인증을 거치면 신청이 끝난다.

2014년 1월 작성한 498명 개인정보 분실 3년 10개월 만에 확인 #열 손가락 지문·성명·주민번호·주소 등 개인정보 범죄악용 우려 #원본 문서 소재 파악은 오리무중…"우편 받은 후 분실했을 가능성"

A씨의 경우 엄지 지문이 불분명해 대조 작업이 어려웠다. 주민센터 직원이 A씨 검지 손가락을 스캔해 경찰청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확인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웠다. 경찰이 갖고 있어야 할 A씨의 열 손가락 지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열 손가락 지문과 성명·주민번호 등이 담긴 498건의 개인정보 문서를 분실했다. 충북경찰청은 충주시 주민이 작성한 주민등록신청발급 신청서 원본 498건을 통째로 잃어버렸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이 분실한 서류는 2014년 1월 충주에 사는 만 17세 주민들이 관할 주민센터에서 작성한 신청서다. 주민등록신청발급 신청서 원본에는 열 손가락 지문 외에도 성명·주소·주민번호·세대주 이름·본적 주소가 기재된다. 이 때문에 외부에 유출돼 도용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된다. 주민센터는 신청인의 오른쪽 엄지손가락 지문만 스캔해 행정안전부에 넘겨 데이터베이스에 저장, 이를 주민등록증 재발급과 신원확인에 활용한다.

충북경찰청 전경. [사진 충북경찰청]

충북경찰청 전경. [사진 충북경찰청]

원본은 경찰이 보관한다. 동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발급 신청서를 받아 관할 경찰서에 보내면 각 지방경찰청이 이를 다시 취합해 데이터베이스화한 후 기초 수사자료로 활용한다. 신청서 원본은 파기하지 않고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실에서 별도 보관한다.

충북 경찰의 주민등록발급 신청서 원본 분실 사고는 3년 10개월 만에 밝혀졌다. 지난달 충주의 한 주민센터에서 주민 A씨의 검지손가락 지문이 경찰청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지 않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확인 작업에 나선 경찰은 2014년 1월에 주민등록을 신청한 498명의 원본이 사라진 사실을 알았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해 2월 충주경찰서에서 1월에 작성된 498명의 주민등록발급 신청서를 취합해 우체국을 통해 등기우편으로 충북경찰청에 보낸 것으로 확인했다”면서도 “문서 수취인으로 명시된 당시 충북경찰청 과학관리수사 담당자는 신청서 원본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등기우편의 경우 PDA(개인용 정보 단말기)나 수기 서명으로 수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우체국에 확인한 결과 우편 발송·수신 자료 보존기한인 1년밖에 되지 않아 실제 신청서 원본이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확인이 어렵다”며 “현재로썬 해당 부서의 누군가 원본 문서를 받아 분실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가 과거 미제사건 현장의 지문을 재검색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관계자가 과거 미제사건 현장의 지문을 재검색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류가 사라진 지 3년이 지나도록 분실 사실을 몰랐던 것은 경찰의 허술한 관리 때문이다. 당시 충주경찰서는 2014년 1월분 주민등록발급 신청서류 송달 사실을 충북경찰청에 공문으로 보냈다. 하지만 신청서류 송달 사실을 전달받은 충북경찰청 담당 직원은 실제 원본 서류 도착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1월 충주지역 주민등록발급 신청서류 ‘0’’이라고 기재했다고 한다.

경찰관계자는 “당시 충북경찰청 직원이 공문을 보고 충주서 쪽과 서류 송·수신을 확인만 했다면 분실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과실에 대해 징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충주시와 해당 주민의 협조를 받아 분실된 주민등록발급 신청서를 다시 작성할 계획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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