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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살리는 유광우의 '약한' 서브

중앙일보

입력

11월 5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서브를 넣는 우리카드 유광우. [사진 한국배구연맹]

11월 5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서브를 넣는 우리카드 유광우. [사진 한국배구연맹]

2017-18시즌 프로배구의 화두는 '서브'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서브 전쟁"이란 표현까지 사용했다. 1라운드 부진을 딛고 2라운드 첫 경기에서 한국전력에 3-0 완승을 거두고 4위로 올라선 우리카드도 서브를 무기로 내세운다. 강서버 파다르는 물론 세터 유광우까지 가세했다.

올시즌 KB손해보험 돌풍의 주역 중 한 명이 세터 황택의다. 황택의의 서브는 이미 리그 최고 수준이다. 예리하면서도 빠르다. 세트당 0.621개(9일 기준)를 기록해 공격수들을 제치고 3위에 올라 있다. 1위인 우리카드 파다르(0.793개)나 2위인 팀 동료 알렉스(0.655개) 못잖다. 유광우의 서브는 이에 비하면 평범하다 못해 초라할 정도다. 세트당 서브에이스는 0.241개다. 그러나 유광우의 서브는 효율적이다. 125개의 서브를 넣으면서 겨우 4개의 범실만 저질렀다. 떨어지는 움직임이 좋아 에이스는 나오지 않아도 제대로 받아내기 어렵다. 상대가 단조로운 오픈 공격을 펼치면 우리카드의 블로킹과 디그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화재 시절부터 유광우와 함께 했던 김재헌 우리카드 전력분석관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 분석관은 "우리 팀 서브에서 득점이 나는 때는 파다르와 유광우다. 파다르는 서브득점이 많지만 범실이 많다. 하지만 광우는 에이스가 적어도 범실이 없다. 유효서브 숫자가 제일 많다"고 했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도 "광우는 토스 외의 수비나 서브가 좋은 선수다. 받기 까다로운 서브를 구사한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유광우의 세트당 서브득점은 0.106개였다. 갑자기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아쉽게도 선수 본인도 그 부분에 대해선 답을 하지 못했다. 유광우는 "서브에 대한 훈련을 많이 하고 있긴 하다. 내가 느끼기에도 이상하게 지난해보다 서브가 잘 들어간다. 내 실력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바뀐 건 전혀 없다. 똑같은 템포로 때리고 있다. 각 팀마다 서브가 좋은 선수들이 많아 내 약한 서브가 통하는 것 같다"고도 웃었다.

11월 9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토스를 올리는 우리카드 유광우. [사진 한국배구연맹]

11월 9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토스를 올리는 우리카드 유광우. [사진 한국배구연맹]

유광우의 진가는 세터의 본업인 경기 운영에 있다. 삼성화재 시절 가빈, 레오, 타이스 등 거포들과 호흡을 맞춰본 유광우는 파다르와도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다. 파다르는 지난해보다 득점(6.74점→7.90점), 성공률(53.08%→57.14%) 모두 좋아졌다. 지난해에 비해 팀내 미들블로커 자원들이 부족해 점유율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결정력이 향상된 건 분명하다. 유광우는 "많은 선수들과 해봤지만 공격적인 면에서는 트라이아웃 전 선수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아직 젊다 보니까 마음껏 때리라는 이야기를 한다. 다만 표정이 너무 없는 게 약점같다. 코트 밖에선 또래 나이(21살) 같은데 코트 안에선 진지하다"고 웃었다.

올시즌은 유광우의 배구 인생에 있어 큰 분기점이다. 프로에 온 뒤 줄곧 뛰던 삼성화재를 떠나 우리카드에 새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그는 "1라운드는 조금 조급했다. 어차피 꼴찌인데 더 내려갈 데가 없다는 생각으로 '우리끼리 코트에서 재미있게 하자'는 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한 경기, 한 경기 준비를 많이 하는데 그게 코트에서 안 나와 아쉽다. 2라운드를 기분좋게 시작했으니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유광우는 박철우와 함께 무너진 명가 삼성화재를 살리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올해도 비슷하다. 아직까지 한 번도 봄 배구를 한 번도 하지 못한 우리카드를  주장 최홍석과 함께 잘 이끌어야 한다. 유광우는 "내가 할 몫을 하고 나서 팀원을 이끌어야 한다. 얘기를 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우리팀 미들블로커들도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김)은섭이한테는 '눈감고 때려도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조금만 자기를 더 믿고 하면 좋겠다"는 격려를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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