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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물, 인터넷 댓글도 보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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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때마다 통치 자료를 철저히 관리해 후세에 남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제대로 지켜진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후임자들이 외교.국방 등 주요 기록을 찾지 못해 애먹는 경우가 허다했다.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 기록을 관리하기 위한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원장 박찬우)은 공식 기록뿐 아니라 대통령이 인터넷에 쓴 글과 댓글, 메모, 수첩, 대화록, 외국 국가원수 등으로부터 받은 선물 등을 '국가 기록'으로 지정해 영구 보존할 방침이라고 20일 밝혔다. 국가기록원은 이를 위해 '대통령 기록물관리법(특별법)'을 마련, 3월 중 입법예고한 뒤 국회를 거쳐 내년 1월 시행할 계획이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는 '대통령이 재임 중 업무와 관련해 생산한 기록은 모두 국가 재산'이라는 규정을 둬 대통령 기록 전부를 이관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별법에는 대통령 퇴임 6개월 전 청와대에 기록관리 전문가를 파견해 대통령의 업무 관련 기록 일체를 인계받도록 할 방침이다. 대통령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외국 국가원수나 외교사절 등으로부터 받은 중요 선물을 국가기록으로 인정하는 조항도 담는다. 현재 대통령이 받은 선물은 국립민속박물관에 보관하지만 국가기록은 아니다. 또 2013년까지 역대 대통령의 통치 자료를 한곳에 보관하는 통합기록관을 설립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대통령이 청와대 신문고 등에 올라 있는 글에 직접 단 댓글 등 인터넷 자료도 시행령 등에 구체적 규정을 둬 보존.관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2000년 시행된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기록관리법)'을 근거로 대통령 기록을 관리하고 있다.

조강수 기자

[뉴스 분석] 정권 바뀔 때마다 "통치기록 부실"
'퇴임하면서 빼돌리기' 대책 있어야

정부가 추진 중인 특별법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과거에도 정권 교체 때마다 대통령 당선자들은 "전 정권이 남긴 통치기록이 부실하다"고 지적했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통치사료비서관을 신설해 통치기록을 많이 남겼지만 퇴임 때 회고록 작성을 위해 상당량을 갖고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17만 건의 통치자료를 국가기록원에 넘겼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자료들은 제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가기록원은 모든 기록에 대한 정밀실사를 거쳐 자체판단으로 이관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이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통치자료로 계속 활용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까지 국가기록원이 선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퇴임 대통령 측이 무단으로 자료를 빼돌리는지 철저히 감시할 시스템과 이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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