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후 … 청약통장 신규 가입 크게 줄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회사원 정모(39)씨는 1년 전 가입했던 주택청약예금을 최근 해약했다. 급히 돈이 필요해 생명보험과 청약예금 가운데 어떤 걸 해약할까 저울질하다 결국 청약예금을 해약하기로 했다. 정씨는 "청약제도가 무주택자에게 유리하도록 바뀌면 나 같은 주택 보유자에겐 분양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청약예금을 없앴다"고 말했다.

청약저축.부금.예금으로 구성된 주택청약통장의 매력이 시들해지고 있다. 20일 건설교통부와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해 1~8월 월평균 6만4000명이 증가했다. 그러나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발표된 이후 9~10월 월평균 3만3500명, 11~12월엔 6500명으로 증가 폭이 줄었다.

정부가 8.31 대책에서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원칙을 발표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현재 청약통장에 몰려 있는 돈은 24조5720억원이었다. 청약예금 가입자가 281만5000명(14조598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청약부금엔 221만1000명(6조2970억원), 청약저축엔 218만 명(3조6770억원)이 가입했다.

특히 판교신도시 청약 자격이 있는 서울.경기.인천의 청약통장 가입자는 496만1000명으로 전체의 69%였다.

청약통장 신규 가입자는 앞으로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부가 무주택자의 분양 기회를 늘리는 쪽으로 청약제도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현행 추첨제에서 무주택 기간, 가족 수, 가구주의 나이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의 가점제로 청약제도를 바꾸기로 하고 6월 말까지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비인기 지역을 제외하곤 주택 보유자가 아파트를 분양받을 길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면 임대주택 건설 재원 등으로 활용되는 국민주택기금의 운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민주택기금의 순증액 8조원 가운데 청약저축을 통한 기금 증액분이 1조원이었으며 나머지는 국민주택채권이었다. 건교부 관계자는 "청약저축으로 들어오는 자금이 기금의 유동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며 "저축액이 갑자기 줄면 기금 운용에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예금.부금 가입자의 감소로 민간 주택건설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통상 주택의 수요를 측정하는 잣대로 활용돼 왔다"며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가 수요 감소→민간의 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져 결국 건설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