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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탔던 헬기, 8t 소방차까지…온비드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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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요즘 같은 시대에 부동산 투자만큼 확실하고 매력적인 투자처가 어디 있습니까. 예전엔 법원 경매 시장을 다 헤집고 다녔는데 최근엔 공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집에서도 전국 각지의 좋은 매물을 고를 수 있어 공부 좀 하려고 왔습니다.”

정부·지자체 소유 주택·관용차 등 #저렴하게 믿고 살 수 있어 인기 #10조원 넘는 한전부지도 거래

7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 주최로 강원 강릉시청에서 열린 ‘공매투자 아카데미’에 참석한 김상근(49)씨는 ‘온라인 공매’를 설명하는 시간엔 노트를 빼곡히 채우며 필기를 할 정도로 공매 투자에 열의가 가득했다. 그는 3년 전부터 전국 각지의 임야와 상가건물을 사들여 되파는 부동산 투자자로 일하고 있다. 김씨가 지금껏 공매로 낙찰받은 부동산은 총 9건. 지난 2년간 약 4억원을 투자해 사들인 부동산이 총 6억5000만원으로 오르는 등 쏠쏠한 수익을 냈다.

과거 동산·부동산에 대한 투자 대부분이 경매를 통해 이뤄졌던 것과 달리 최근엔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 채권자가 법원에 신청한 뒤 현장에서 입찰이 이뤄지는 경매와 달리 공매는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서 매각을 진행한다. 매각 기관에서 최저입찰가를 정하고 참가자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사람이 낙찰받는 식이다. 최고가 입찰자가 2명 이상일 경우에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 낙찰자가 정해진다.

캠코는 2002년 공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으로 공매에 참여하는 ‘온비드’ 서비스를 출시했고, 2012년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스마트 온비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매가 현장에 직접 나가 물건을 보고 입찰가를 제출하는 ‘직거래’ 방식이라면, 온비드는 매물 정보 확인에서부터 입찰·낙찰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을 통해 끝낼 수 있는 온라인 거래다. 발품을 팔지 않고도 실시간 매물 검색부터 투자 결정까지 모든 투자를 끝낼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인 셈이다.

정부나 지자체 소유의 다양한 매물을 저렴한 가격에 믿고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온비드를 통한 낙찰 건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02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온비드 공매는 출시 이후 꾸준히 거래가 늘어 지난해에만 낙찰 건수 3만3000여건에 낙찰금액 7조3241억원을 기록했다. 2002년 이후 누적 건수로는 총 33만1000건의 공매 낙찰이 이뤄졌고, 누적 낙찰금액은 63조원을 기록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경매나 일반적인 중고시장에선 쉽게 찾기 어려운 특이 물품이 온비드를 통해 거래되기도 한다. 서울대공원 관리사업소가 내놓은 반달곰과 사자가 대표적이다. 관리사업소는 이외에도 풍산개나 흑염소, 미니 피고 등 보유 동물을 온비드에 내놓는가 하면 서울 세종문화회관이 공매에 올린 주차장 위탁관리사업권은 26억6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내놓은 헬기(BK-117B 기종)는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매물 중 하나다. 14억1100만원에 낙찰된 이 헬기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이용하던 헬기였던 탓에 공매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 회장은 이 헬기를 개인용으로 활용하다 1999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 판매했고, 공단 측은 화물수송과 조난자·부상자 구조 등의 임무에 활용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8t 대형화물 소방차가 공매에 나와 715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온비드를 통한 역대 최대 규모의 거래는 2014년 9월 낙찰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7만9342㎡)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해당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았다. 10조원이 넘는 ‘매머드급 공매’였지만 캠코에 돌아간 수수료는 34만원에 불과했다. 온라인 공매의 특성상 낙찰가 최고구간인 10억원 이상 매물에 대한 이용수수료 33만원에 입찰등록수수료 1만원으로 모든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차량의 경우 온비드 공매를 관리하는 캠코가 ‘강력 추천’하는 물품이다. 무엇보다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에서 사용하던 관용차라서 수리·정비내역이 투명한 데다 관리가 양호하기 때문이다. 세금 체납으로 압류된 차량의 경우 일반적인 중고차 거래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부동산 시장 열기에 맞춰 최근엔 온비드를 통해 임야와 아파트, 상가 등 부동산 공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캠코는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서울 서초동 리젠타워, 인천 송도 푸르지오하버뷰 아파트 등 아파트·주택 등 1651개의 매물을 공매하는 등 주기적으로 전국 각지의 부동산에 대한 공매를 진행한다. 이정환 캠코 온비드사업팀장은 “캠코 매각 재산 중 국유재산은 권리관계가 없어 100% 안심하고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며 “지자체·세무서에서 압류한 재산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매투자 아카데미에 강연자로 참석한 강남훈 원광디지털대 부동산학과장은 “공매의 경우 비교적 소액으로도 부동산 투자가 가능하고, 안전하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국유재산이 많다. 부동산 투자에 입문하는 투자자들이나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투자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릉=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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