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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아베는 트럼프의 충실한 조수…전략적 노예상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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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도쿄 아카사카 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6일 도쿄 아카사카 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우정을 과시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실한 조수’(loyal sidekick)에 불과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아베 총리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서 유별난 골프사랑으로 유명한 트럼프를 위해 ‘골프회담’을 마련하는 등 특유의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로 돈독한 관계를 쌓는 데 공을 들였으나 동등한 국가 정상으로 예우받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중 하나를 이룩했다”고 원고를 읽다가 “우리 경제만큼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통역을 통해 듣고 있던 아베 총리는 겉으로는 웃음을 보였으나 반신반의하는 듯한 표정이 노출되기도 했다.

지난 5일 골프 라운딩 직전에는 ‘도널드와 신조, 동맹을 더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문구가 자수로 새겨진 모자에 사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 가운데 이름을 적는 바람에, 아베 총리는 구석에 서명해야만 했다.

특히 만찬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지난해 미 대선 직후 자신을 만나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이야기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내 참모들이 부적절하다고 우려했음에도 아베 총리는 ‘안 된다’는 답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내가 안 된다고 이야기하러 전화했는데 벌써 비행기를 탔더라”고 말했다.

WP는 이런 사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포용하는 방식은 그를 조수의 역할로 한정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앞서도 그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아베 총리가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그의 손을 꽉 잡은 트럼프 대통령의 19초간 악수를 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의 이 같은 행동에 외교적 무례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래 아베 총리는 3800달러짜리 금도금 드라이버, 수많은 전화와 방문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받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의 관계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배적 지위를 은연중에 내세우는 틀 속에 갇혀있다고 WP는 분석했다.

WP는 “트럼프는 미묘한 방식으로 누가 대장인지를 계속 보여줬다”며 “이는 (미국과 일본의) 전후 동맹 관계에 대한 트럼프의 지지를 계속 얻기 위해 아베가 전략적 노예상태(strategic servitude)에서 기꺼이 치르려고 한 것처럼 보인 비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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