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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모든 투덜거림 답할 필요 없다”…유성엽 “하는 꼴이 초딩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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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분당(分黨)으로 본격화된 시작된 국민의당의 내분이 계속되고 있다. 안철수 당 대표가 당내 반발에 대해 “모든 투덜거림에 답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은 가운데, 유성엽 의원은 “하는 꼴이 초딩(초등학생) 수준이라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라며 안 대표를 비판했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왼쪽)과 안철수 대표. 중앙포토, 최승식 기자.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왼쪽)과 안철수 대표. 중앙포토, 최승식 기자.

안철수 대표는 현지시간으로 6일 이스라엘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내에서 제기되는 책임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안 대표는 7일 오후 귀국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당을 위한건지 분란을 위한 건지 다 안다”며 “당을 위한 것이라면 귀를 기울이고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분란에 대해서는 그렇게 대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통합ㆍ연대 주장하던 국민의당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박지원 전 대표)는 지적에는 “바른정당 분당은 예견됐던 것 아니냐”면서 “예견하지 못해야 닭 쫓던 개”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반발이 계속됐다. 유성엽 의원은 7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도부가 고작 한다는 것이, 당내 중진의원에게 ‘나가라’고 막말을 해대고 있을 뿐”이라면서 “‘하는 꼴이 딱 초딩(초등학생) 수준’이라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라는 게 국민적 인식이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당대표로서) 자격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저와 같은 생각하는 의원 다수”라고 말했다.  한 때 안 대표계로 분류됐던 이상돈 의원도 라디오에 나와  “안철수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리더십은 이제는 상당히 추락했다”며 “특히 지역구 의원들의 절대 다수가 현 지도체제와 같이 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상돈 의원 등을 중심으로 집단지도체제 구성 등이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안 대표를 사퇴시킨 후 장병완 의원과 정동영 의원 등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방안이다.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고문단에서는 “바른정당이 붕괴된만큼 민주당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미 동교동계 고문들의 마음은 국민의당에서 떠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내분이 분당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적다. 우선 당원의 과반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당 대표를 내리기엔 명분이 없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집단적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전당대회 때 당원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대표인데 무슨 명분으로 끌어내릴 수 있냐”고 말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초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박지원ㆍ천정배ㆍ정동영 의원 등을 품는 게 쉽겠냐”며 “나갈 곳도 마땅치 않은 이상 내부에서 권력투쟁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성엽ㆍ조배숙ㆍ주승용ㆍ장병완ㆍ황주홍 의원 등이 참여한 조찬 모임에서는 “안 대표가 너무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장병완 의원은 “안 대표를 만나 치열한 토론을 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도 “호남 민심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한다고 한 건 너무 나갔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안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이같은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많다. 안 대표는 대선 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통해 중도ㆍ보수로 외연을 넓혀 지지층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세워왔다. 안 대표가 복귀한 후 당내에서는 “안 대표 머릿속에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밖에 없다”는 말이 나왔다. 안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바른정당이 분당됐더라도 당 통합을 통해 비어있는 중도ㆍ보수층을 장악해야 당의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지원 전 대표 등을 중심으로 한 호남 중진들은 “지역기반인 호남을 먼저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맞섰다. 안 대표를 비판했던 유 의원도 “호남을 단단히 자기 지지로 끌고 가며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박 전 대표 등 광역선거에 출마할 후보군의 경우 호남 지역에서 지지를 받는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대표는 반문재인 세력의 대항마로 서 다음 대선을 보고 있고, 호남 의원들은 지방선거를 보고 있다”며 “서로 보고 있는 시간표가 다른 만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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